‘전관예우’ 드러난 대장동
‘전관예우’ 드러난 대장동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1.09.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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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대통령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성남시가 주도한 공영개발사업에서 민간업체가 로또에 버금가는 돈벼락을 맞았다는 것이다. 여권의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 1위를 질주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을 맡던 당시 벌어졌던 일이라 파장이 크다. 이 지사는 “민영으로 추진되던 사업을 공영으로 전환해 공익을 실현한 모범사례”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자본금 3억5000만원, 사업 지분 7%로 4040억원의 배당 수익을 챙겼다. 반면 사업 전반을 기획·주도하고 과반의 지분을 보유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당받은 수익은 1830억원에 불과했다. 공영을 외피 삼아 민간에 특혜를 준 사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기울어진 수익배분 방식을 누가 설계했는 지, 이 지사가 어디까지 개입해 어떤 이권을 얻었는지는 조만간 드러날 터이다.

그런데 이 스캔들에서 한가지 더 주목되는 지점이 있다. 법조계 고위직 출신들이 화천대유의 고문단에 대거 포진한 대목이다. 대표적 인물이 권순일 전 대법관이다.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월 15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등도 회천대유의 자문역을 맡았다. 화천대유에 취업했던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아 구설에 오른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도 검사 출신이다. 부동산 개발회사인 화천대유가 법조 출신들로 외곽에 철벽을 친 이유를 놓고 세간에는 이런저런 설이 분분하다.

대법관은 장관급이다. 대한민국 사법부를 관장하는 대법원을 구성하는 14명(대법원장 포함) 중 한 사람이다. `정의와 인권을 구현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수식어가 웅변하듯 높은 직급과 막강한 물리적 권한에 앞서 상징적 의미가 큰 자리다. 그 자리에 따라붙는 명예는 당사자가 자리를 떠나서도 지키고 유지해야 한다.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부동산 업체의 고문을 맡아 구설에 오른 권 전 대법관이 누구보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앞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지사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환송했다.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던 이 지사는 이 판결로 기사회생 했다. 권 전 대법관은 당시 무죄 의견을 냈다. 일부 시민단체가 이 대가로 고문을 맡게 된 것 아니냐며 그를 검찰에 고발해 수사도 받게 생겼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받는다. 대한변협에 변호사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률 자문을 맡았기 때문이다. 변명은 구차했다. 그는 “전화로 자문하는 정도였고, 화천대유가 어디에 투자했는지 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체도 모르는 회사에 전화로 자문하는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봉 1억8000만원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는 얘기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사활을 걸다시피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전관예우 척결이다. 직원 14명, 자본금 3억원대에 블과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거물급 법조 출신들로 방패망을 구축한 목적이 단순하게 법률적 조언을 듣기 위해서라고 볼 사람은 없다. 고문단의 두터운 법조 이력이 업체가 부당한 혜택을 누리는 과정에 동원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법조계에서 전관을 특별 대우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취업 제한규정을 강화하고 법원장과 검사장급 출신만이라도 구체적 업무와 수입을 공개토록 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대장동 사건에 엮인 전관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 지 규명하는 것이 1차 과제다. 무엇보다 권 전 대법관이 전화로만 했다는 자문의 내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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