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독서왕을 만나다
가을의 문턱에서 독서왕을 만나다
  • 박종선 충북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 승인 2021.09.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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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박종선 충북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박종선 충북도문화재硏 기획연구팀장

 

독서의 계절, 가을이 왔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독서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또 하나의 일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 1인당 평균 독서 권수가 13.9권이었던 것에 반해 2019년에는 7.3권으로 줄어들어 점차 독서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 가지는 당장 필요한 정보는 손바닥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통해서 얻을 수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전문적인 지식은 독서를 통해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어쩌면 독서라는 정보 획득의 도구가 불필요해 보일 수 있겠지만, 생각하게 하고 곱씹어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독서가 아니고서는 얻을 수 없는 법이다.

독서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인물이 우리 지역에 존재하고 있는데 바로 조선시대 독서왕으로 불리는 김득신이다. 백곡 김득신(1604~1684)은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1554~1592)장군의 손자로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김치의 아들로, 증평에서 태어난 것으로 여겨지며 그 묘소 또한 증평에 남아있다.

김득신이 살던 시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난이 연이어 일어났을 뿐 아니라 당파 간의 대립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혼란기였다.

이러한 시대상에서도 당대 최고의 시인이라는 평을 받았으니 그의 시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 김득신은 시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고단함을 주로 표현하였는데 김득신이 지은 대표적인 시이자 효종이 “당나라의 시에 견줄 만하다”며 찬한 『용산강에서龍湖』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김득신의 글 짓는 솜씨는 타고난 문장가라서가 아니라 끊임없는 독서를 통해 빚어낸 것이다. 김득신은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아 학문을 익히는 것이 남들보다 느렸다. 아버지 김치는 이러한 그를 질책하기보다는 격려하였고 김득신 또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는 사기史記의 백이전伯夷傳을 1억(一億; 오늘날의 10만을 뜻함) 번이 넘도록 읽을 정도로 반복하여 글을 외우고 학문을 익히고자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김득신은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59세라는 늦은 나이에 마침내 과거에 급제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시인으로서의 순수함과 자유분방 때문인지 오래 관직을 맡지는 못하였으나 한평생 시를 짓고 글을 쓰며 8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증평군에서는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김득신과 관련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10월 8일에는 `백곡 김득신, 다시보기' 학술대회를 온·오프라인을(증평군립도서관, 유튜브채널 `충북의 문화유산 이야기') 통해 개최할 예정이며, 동시에 독서왕 김득신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증평군의 문화재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사진전과 증평군립도서관 일대에서도 김득신 관련 야외전시가 있을 예정이다.

또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증평군립도서관 다목적홀에서 자신이 가지는 책을 가져와 교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매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올 한해 1인당 평균 독서량 7.3권 중 채 1권도 못 채우신 분이 있다면 10월에는 바쁜 걸음 내려놓고 김득신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들을 맛보며 책 한 권 차분히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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