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뜨거운 국외연수비 반납 자화자찬
낯 뜨거운 국외연수비 반납 자화자찬
  • 석재동 기자
  • 승인 2021.09.26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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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석재동 부장(취재팀)
석재동 부장(취재팀)

 

최근 음성군의회와 증평군의회에서 낯 부끄러운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코로나19로 국외연수(해외연수)가 불가능해지자 마치 솔선수범하는양 해당 예산을 반납했다. 지난해 이맘때 보여준 자화자찬을 1년만에 되풀이한 것이다.

반납한 국외연수비는 음성군의회 3800만원, 증평군의회 3000만원이다. 두 의회는 반납한 예산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을 지원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예산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도자료를 내 자화자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용락 음성군의회 의장은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 극복을 국내·외 연수비를 반납하기로 뜻을 모아주신 의원님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군민의 생활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는 의회가 될 수 있도록 의기투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기승을 부리면서 해외여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군의원들로선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인데 예산은 편성돼 있어 반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반납에 동의해준 `동료 의원님'들께 감사하단다.

애초 군의원들이 지난해말 진행된 올해 예산심사에서 삭감했거나, 집행부와 협의해 관련 예산을 수립하지 않았다면 반납이라는 절차도 필요치 않았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길 기대하며 수립한 국외연수 예산을 집행할 수 없게 되자, 마치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의 고통에 동참하는양 반납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비단 이 같은 문제는 음성·증평군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상반기 일부 충북 지방의회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연수예산을 수립해 지탄받은 후 해당예산을 삭감했다.

충북도의회는 올해 `공무 국외출장' 여비와 자매·우호도시 방문여비를 전년보다 4.5%(550만원) 인상한 1억2650만원으로 책정했다. 도의원 1인당(31명, 의장 제외) 300만원꼴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싸늘해졌고, 결국 도의회는 해당 예산을 반납했다. 도의회도 지난해 성과를 발표하면서 해외연수예산 반납을 적극 홍보한 바 있어 비난여론은 거셌다.

청주시의회, 충주시의회, 옥천군의회, 보은군의회도 지난해와 같은 금액을 편성했지만, 비난여론이 일자 국외연수를 철회했다.

반면 제천시의회는 올해 예산수립 당시 시민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해외연수비를 자진삭감해 대조를 보였다.

제천시는 지난해 9월 모든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의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등 도내 자치단체 중 최고 수준의 코로나19 극복정책을 펴고 있다.

진천군의회는 아예 4년째 국외연수비를 반납했다. 임기 중 국외연수를 단 한 차례도 가지 않은 사례이다.

국민들은 지방의원들의 국외연수를 항상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해외여행수준에 그치는 연수내용도 문제지만,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연수기간 중 추태에 실망한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의회는 집행부와 협의해 지치지도 않고 관련 예산을 수립한다. 지방의원들에 대한 인식개선에 발목을 잡는 중요요소 중 하나다.

마침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내년도 예산수립작업이 한창이다. 지방의원들이 정말 국민들과 코로나19 고통을 함께 하자고 한다면 내년 예산에 국외연수비 자체를 수립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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