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새겨보는 회갑·칠순의 의미
되새겨보는 회갑·칠순의 의미
  •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 승인 2021.09.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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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구숙진 KPCA 그림책 지도사

 

노심초사心焦思라는 말이 있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어떤 일에 마음을 쓰며 몹시 애를 태운다.'라는 의미가 있는 문구다. 초로기와 노년기에 접어들면 마음을 쓴다는 것이 사소한 일도 크게 부풀려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별거 아닌 일도 큰일로 다가와 마음에 불안만 더해진다. 그 불안은 불면을 안겨주고 불면은 치매로 확장 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된다. 이 과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구나 겪는 생활주기에 속한다고 하니 노년기에는 특히 유념해야 할 단어가 아닐까 한다.

학자들은 개인생활주기 혹은 발달단계의 마지막에 노년기, 가정축소기란 단어로 `삶의 정리'에 대해 설명한다. 노년기는 자녀들의 분리, 사회활동의 중단 등으로 고독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주기에 속한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인 요즘 60세에 노년기를 맞이하니……. 힘과 열정의 충만함이 남아있는데 인생을 단조롭게 살아야 하는 노년기는 허무감이 더 무겁게 와 닿을 것이다.

그림책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재미마주>에서 노년기의 허무감을 다독일 실마리를 찾아보자. 화창한 봄날 태어난 수평아리는 동네에서 아니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으로 자란다. 다른 수탉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던 수탉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더 힘이 센 수탉이 나타난 것이다. 그 후로 수탉은 동네에서 제일 술을 잘 마시는 수탉이 된다.

세월이 흘러 수탉은 자신이 점점 늙어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고기를 씹어도 잘 씹히지 않고, 술도 많이 마실 수가 없었지.' 이 모습을 암탉은 조용히 지켜본다. 그리고 말 해 준다. `여보, 힘내세요. 당신은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이에요.' 그리고 보여준다. `당신 아들들은 또 얼마나 힘이 센데요. …' 그리고 느끼게 해 준다. `물론 당신 한창때보다야 못하지만요.' 그리고 `당신 딸들은 이 동네 암탉들중에서 제일 알을 많이 낳는다고요. 물론 나보다야 못하지만요!'라며 스스로에게도 칭찬 꽃 한 다발 안긴다.

자녀들도 환갑잔치를 열어 부모에게 인생의 의미를 `내'가 아닌 `내가 거쳐온 시간'에서 찾을 기회를 마련해 준다. 환갑잔치를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자손들의 시선이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어렵게 말고 쉽게 생각해 보자. 자녀들이 잘 컸다는 것은 부모가 성실하게 살았다는 것일게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회활동에 전념을 다 하여 살아 왔음을 의미하고, 그 자녀가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것은 부모로부터의 배움이 근간이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거다. 그러니 부모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고 노심초사에서 벗어나도 되리라 본다.

노년기는 `내가 여태 살아보니~'라는 개인적 경험이 신념으로 굳어지는 시기이다. 그 신념을 밖으로만 표출하면 잔소리가 되고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단초가 될것이다. 그러니 `내가 여태 살아보니'라는 말 뒤에 `나의 삶은 꽤 괜찮았어! 잘 살아온 것이야!'라며 내 안으로 시선을 돌려보며 실마리를 찾아보자. 환갑과 칠순이 구습이라 여겨진다면, 지나온 시간과 지나친 사람들을 회고하는 시간을 통해 삶을 정리하고 만족감을 얻는다면 노년에 대한 고독감과 공포를 마음 한켠으로 보내기 충분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그 동반자에 그림책, 소설책 등 문학을 넣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성이 풍성한 노년기를 보낼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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