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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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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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머리'가 되기 전에…
권 혁 두<부국장(영동)>

'늘머니'는 무슨 뜻일까.

항상 돈이 생긴다는 의미의 한·영 합성어

물론 틀린 답이다. 영동군 영동읍 매천리의 한 지명이다.

영동군은 이곳에 민자를 포함, 2800억여원을 투입해 골프장과 콘도, 위락시설, 상가 등이 들어서는 늘머니과일랜드를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 척척 개발돼 이름처럼 지역경제에 활력을 줬으면 좋으련만,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면 '골머리'가 될 공산도 커지고 있다. 늘머니랜드는 지난 2002년 취임한 손문주 전 군수의 공약사업인 포도박물관에서 출발했다. 당시 계획대로 10억원 안팎의 재원으로 박물관을 건립했다면 지금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은 피했을 것이다. 갑자기 과일랜드로 변질되고, 골프장이 포함되면서 사업 규모와 면적이 눈덩이 커지듯이 확대됐다. 골프장 사업권을 내세워 민자를 끌어들이겠다는 군의 기대와 달리 이 사업은 민간투자자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들을 했기 때문이다. 투자 하한액과 자기자본 비율을 낮추는 등 조건을 완화했는데도 신뢰할 만한 중견 기업체나 투자사들은 등을 돌렸다.

2005년말 가까스로 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듬해 양해각서도 체결했지만, 손 군수의 임기가 끝나는 그해 6월 말까지도 실시협약을 맺지 못했다. 주간사는 손 군수가 낙선한 직후 컨소시엄을 탈퇴해 버렸다. 정구복 현 군수가 취임하면서 늘머니랜드 사업은 재검토 과정을 거쳐 정비될 것으로 보였다. 후보 시절 당선되면 의혹과 부진을 벗지 못하는 늘머니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군수의 선택은 재추진이었다. 3차 민자공모 역시 자본시장으로부터 차거운 반응을 얻으며, 이 사업의 암울한 장래를 예고했다. 주간사가 빠져나간 후 재편된 종전 컨소시엄을 제외하면 단 한 곳만이 공모에 응했고, 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이후부터는 언론에 쉼없이 보도됐던 대로 고발과 진정이 난무하는 복잡한 상황이 이어졌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현 컨소시엄에 대한 고발건이 무혐의 처리되고 조만간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사업의 답답한 진행을 보다못한 주민들의 집단행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 13일 주민참여위가 발족돼 그동안 늘머니사업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이달 초에는 진상규명위가 구성돼 주민 4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군의회에 내기도 했다. 군이 더 이상 이 사업에 끌려다니다가는 어떤 사단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우선 군은 선을 그어야 한다. 어느 시점까지 이 사업이 진척되지 않으면 사업의 전면 폐기까지 포함하는 정리방안을 모색하겠다는 '터닝 포인트'를 설정해야 한다. 그동안 100억원에 육박하는 군비가 선투입된 것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500억원 이상의 군비를 더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 사업에 부실한 자본이 들어와 백년하청으로 흐르거나, 조성되더라도 소득창출이 안돼 유지비만 잡아먹는 혹으로 남는다면 지금까지의 손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사업의 실질적 의결기구인 소도읍육성 추진위에 참여하는 민간 단체장들도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의혹과 부진을 지적하는 주민들의 의문에 응답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영동군이 외부에 발주하는 연구용역을 독식하다시피해 온 영동대학교야말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늘머니랜드 사업의 타당성 연구용역을 도맡아 군에 사업 추진 근거를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영동대에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혈세가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민은 없다. 늘머니사업을 긍정적으로 분석한 용역결과가 어긋난 데 대해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것도 지역에 보답하는 길이다. 주민들의 움직임을 간과했다가 낭패를 겪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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