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연못의 설화
어느 작은 연못의 설화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1.09.1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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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옛날 한 옛날 어느 숲 속에 신기한 작은 연못이 있었다. 이 연못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는 연못이었다. 그러나 이 연못은 왕 이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다. 그는 호기심이 많고 인기를 좋아하는 왕이었다. 그가 연못을 알게 된 것은 예전에 숲에서 사슴을 구해준 인연으로 사슴은 은혜를 보답하기 위해 그에게 연못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백성이 자신을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해했다. 그럴 때마다 연못은 잘하는지 아닌지 대답했다. 연못이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는 잘한다는 대답을 들으려고 갖은 애를 썼다. 그 후로 그는 궁금할 때마다 연못으로 달려갔다. 언뜻 보면 그가 백성에게 관심이 많은 왕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얕은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는 이유는 백성의 불만이 크면 왕의 자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숨어 있어서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갔다. 그는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은 줄 알고 자신도 모르게 고집과 자만에 빠져가고 있었다. 또한, 연못으로 가는 일도 멀어져 갔다. 그래서 신하들의 말만 듣고는 그런 줄 여기며 지냈다. 하지만, 그들의 거짓말은 갈수록 심해져 갔고 따라서 백성의 고통 또한 심해져 갔다. 어찌 보면 그가 연못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순간 백성의 아픈 곳이 하루가 다르게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게다가 오랑캐가 쳐들어와도 쫓는 시늉만 할 뿐 그들을 혼내주거나 어찌 방비해야 할지 모르는 듯했다. 또한, 가뭄과 홍수로 인해 심한 기근에 시달릴 때마다 약간의 돈과 곡식으로 백성을 적당히 구슬리며 타일렀다. 겨우겨우 백성이 숨을 죽이고 있으면 그들이 편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근본은 삐뚤어져 가고 있었다. 그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백성이 귀찮아져 갔다. 더불어 그의 인기도 시들어져 갔다. 그리고 까마득히 그는 연못을 잊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슴이 나타났다. 사슴은 그에게 손짓했다. 그는 평민의 행색으로 사슴을 따라 거리로 나섰다. 거리로 나온 그는 길게 이어져 온 행렬을 보았다. 이상하게 여긴 그는 줄을 선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은 숲 속으로 약수를 구하러 간다고 하였다. 그 물로 병을 고친다는 소문이었다. 백성은 그동안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려 왔던 것이었다. 그는 사슴을 쫓아 행렬을 따라가 보았다. 저만치 연못을 보자 그는 깜짝 놀랐다. 바로 그 연못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연못은 이미 연못이 아니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로 인해 연못이 말라 버린 것이었다. 결국, 연못이 사라진 것이었다. 사슴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신기한 연못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던 것이었다. 또한, 연못을 찾지 않는 그에게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그에게 호기심은 커져만 가고 백성의 소리는 들을 수가 없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좋은 결과가 맺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결과가 마음에 안 들거나 좋지 않을 때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가식적인 행동이 수반될 수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그 순간을 변명으로 모면하거나 억지로 마음을 얻으려고 안타까운 일을 종종 보곤 한다. 하지만, 비록 고통과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진실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근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기 영합이란 존재의 정체성이 그냥 스쳐가는 단순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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