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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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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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청구 시정 정책간담회에서 결정하라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청주시가 '청주 가로수길' 확장사업을 두고 갈팡질팡 표류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6년간의 논의 끝에 2005년 확정하고 착공하여 30%의 공정이 진행 중인 사업을 느닷없이 중지하고 기존 계획을 송두리째 바꾸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기존 4차로를 녹도(Green Way)로 조성하여 가로수를 살리고 양측으로 3차로씩 차도를 신설'하는 것에서 '기존 4차로를 시내진입 편도 차로로 하고 부모산 쪽에 3차로를 추가하고 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일 것을 지시하더니, 지난 12일 TV 토론에 나온 담당국장은 새로운 안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기존 4차로 중 가운데 2개 차로만 녹도로 조성하고 좌우 양측 각 1차로는 그대로 사용하며 추가로 각각 2차로를 확장'하여 6차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가로수를 살리는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도로기능에는 문제가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날 토론에서 지적이 있은 다음, 이번에 또다시 새로운 안이 나왔다. '기존 4차로를 그대로 사용하고 좌우 각각 1차로씩 추가하여 6차로를 만들고 인도를 넓게 확보한다'는 것이다. 더 말해 무엇 하랴! 말 그대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청주시가 이처럼 자가당착 지경까지 이르게 된데는 환경단체와 전문가그룹이 주장하는바 가로수를 살리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써 또 친환경 녹도개념의 도입을 위해 기존 4차로의 아스팔트 포장을 걷어내는 방안에 반대하는 일부 세력이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길거리 한 복판에 웬놈의 공원이냐"는 반대의견이 그것이다. 그러기에 "만약 이곳 중앙부분 공원 가로수길에서 시민들이 교통사고를 당해 고귀한 생명을 잃을 경우 그 책임은 전임시장들이 아닌 현 시장인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이 나온 것 아니겠는가. 그 말을 들으니 불현듯 산성옛길을 파헤쳐 새 길을 뚫는 도로공사 현장이 보인다. 누구든지 한번쯤 가보시라. 까마득히 인공절벽을 만들고 있는 그 산길이 무탈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표류하는 청주가로수길 사업에 대한 해결책은 딱하나, 주민청구 시정 정책토론회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기존계획에 대한 찬반 의견이 모두 개진되어 결판을 내야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되풀이하지 않고 공사가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청주시는 법적요건을 갖춘 주민청구 시정 정책토론회를 거부해서는 안 되며, 기존 가로수길 확장사업에 반대하는 세력은 필히 토론회에 나와서 그들의 논리를 정정당당하게 개진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서로 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승복할 것은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혹여 다른 꿍꿍이속이 있다면야 얘기가 다르겠지만. 청주 가로수길은 지난 52년 정부의 녹화계획에 의해 당시 홍재봉 강서면장이 버즘나무 묘목 1600그루을 심은 것이 오늘날 울창한 숲을 만든 계기가 됐다. 이후 70년 고속도로 개통 때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되면서 뽑혀나갈 뻔 했으나 당시 이종익 충북도 도로계장이 이식해 살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가꿔온 청주 가로수길은 전국적인 명소로서 이름이 높을 뿐만 아니라 청주를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아끼고 사랑하며 자랑스레 여기는 곳이다. 당대의 우리가 잘 가꾸고 보존하여 우리의 후손에게 이어나가도록 해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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