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라도 만나고 싶다 해오라비난초
꿈에라도 만나고 싶다 해오라비난초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21.09.08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만 누가 보아도 감탄을 자아내는 꽃이 해오라비난초다.

학이 날개를 편 듯, 금방이라도 날아 오를듯한 자세는 실제의 학보다 더(?) 아름답다.

해오라비난초! 그 우아함 때문에 한때는 이 땅에서 멸종 판정을 받았었다.

그러나 끈질긴 생명력 덕분인지 몇몇 야생화 동호인들의 노력 덕분인지 일부 자생지가 확인되어 이제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 자생지에 꽃을 피울 때가 되었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해오라비난초는 난초과의 식물이다. 해오라기는 백로과의 새로 경상도 사투리로 해오라비라고 하는데 이 난초가 해오라기 나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오라비난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오라기 보다는 백로를 더 닮은 모습이다.

그 우아함에 반해 40여 년 전에 구근 몇 개를 구입해 몇 년을 키워 보았다. 그러다 한순간의 실수로 구근을 몽땅 잃어 버렸다.

죄스런(?) 마음에 두 번 다시 찾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꿈에라도 만나고 싶다'는 꽃말처럼 보고 싶은 마음 어쩌랴? 더구나 자생지인데. 생물의 특성을 알려면 우선 자생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빛의 양, 토양 조건, 수분 조건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직접 키워 보면서 관찰하는 방법인데 희귀식물이나 멸종위기 식물을 대상으로 키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별로 권장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해오라비난초의 경우 일본에서는 널리 분포해 우리나라에 수입하여 판매되고 있다. 보통 식물원이나 일반인들이 키우는 것은 대부분 수입한 것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전문가에 의하면 우리나라 자생종과 일본 수입종은 조금 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자생종을 가까이 본 일이 없어 언급할 수 없어 안타깝다.

탐사를 시작하자마자 자생지 복원을 위해 심어 놓은 곳을 만났다. 이곳은 구근을 구입해서 심었다니 우리나라 자생종은 아닐 터, 게다가 아직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생지를 찾아보고 싶어 한참을 걸었다.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해 일행이 여기저기 나눠서 산을 오르락내리락 찾았지만 허탕. 산 정상에서 일행이 가져온 아이스 커피에 힘을 얻어 다시 한 번 도전. 여러 산자락을 나누어 탐사하던 중 반가운 벨소리. 찾았단다. 겨우 찾은 자생지 가까이서 보기에 너무 먼 거리다. 철조망을 둘러싸여 망원렌즈를 동원해서 찍었지만 날갯짓만 보여줄 뿐. 아쉽다.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햇볕이 잘 들고 찬물이 나오는 습지에서 잘 자란다'는 자생지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그리고 땀에 잔뜩 젖었지만 아직 네가 이 땅에 살아남았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멀리서라도 만나 보니 반갑다. 부지런히 번성하여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는 그날까지 꿈에서라도 너를 만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