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이별 34년만에 목놓아 부른 “아들아”
생이별 34년만에 목놓아 부른 “아들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09.06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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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상당署 유전자 분석 끝 모자 재회
70대 노모 “꿈만 같다” 연신 눈물만
6일 청주상당경찰서에서 34년 만에 아들과 어머니가 재회했다. /청주상당경찰서 제공
6일 청주상당경찰서에서 34년 만에 아들과 어머니가 재회했다. /청주상당경찰서 제공

 

“꿈만 같아요. 아들을 잃어버린 마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 기쁩니다. 피붙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한을 풀어줘서 고맙습니다.”

6일 청주상당경찰서에서 34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다시 만난 70대 노모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아들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8살 때 경북에서 실종된 아들은 이미 40대가 됐고 일흔을 넘긴 어머니의 머리엔 하얀 눈이 내려앉아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아들의 두 손을 잡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어머니와 달리 아들은 낯선 환경이 어색한지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들은 지금껏 실제와 다른 이름과 나이로 살아왔고, 어릴 적 기억은 전혀 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가족과 떨어지던 당시의 장면이 떠올랐지만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다고 했다.

현장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경찰 관계자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청주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아들 A씨(42)는 어릴 적 집안사정으로 경북 안동의 부모와 떨어져 충북 음성의 친할머니 집에서 살았다.

그러던 중 지난 1987년 당시 8살 때 할머니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실종됐다.

가족들은 미아 신고를 했지만 당시로써 실종된 A씨를 찾기란 무리였다. 요즘처럼 유전자 분석 등 경찰의 실종자 찾기 수사 역량이 발달하지 않았고 관계기관의 실종차 찾기 시스템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34년이 지나간 지난 6월 어머니 B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경북 안동경찰서에서 친자를 찾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다행히 아들 A씨는 보호시설에 유전자 등록이 돼 있었다. 지난 2004년 보호시설 입소자로 유전자 채취 등록 덕분이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지역 내 보호시설 입소자들의 DNA를 일일이 확인해 한 보호시설에 있던 A를 찾아냈다.

34년 만의 모자 상봉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실종 뒤 음성군 지역 아동 양육시설에서 자랐고 최근에는 청주시내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상당경찰서 여성청소년계 한은주 경사는 “이들 모자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에 따라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 “유전자 분석을 통해 34년간 헤어져 있던 아들을 만난 할머니를 보니 가슴이 아프고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20130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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