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거진천 사람을 품다
생거진천 사람을 품다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1.09.0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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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나 됨됨이를 알기가 정말 어렵다는 뜻일 것입니다. 사회적 관계 맺기를 통해 인류 문명을 발달시킨 호모 사피엔스는 본능적으로 타인의 마음이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리사 펠드먼 배럿은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적 종이란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신체 자원을 뇌가 관리하는 방식, 즉 신체 예산을 서로서로 조절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의 신체 자원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가장 많이 영향을 받고, 뇌의 구조와 네트워크도 사회적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만든 문화는 사람 사이의 관계 맺기 산물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소중한 자원인 다른 사람을 잘 아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회적 활동으로 타인과 관계 맺기를 합니다. 배우자·자녀·부모로 구성된 가족에서 출발하여, 친구·동료·이웃이라는 사회적 관계를 지나, 지역사회·민족·국가·인류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됩니다. 잘산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좋은 관계 맺기 능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행복은 관계 속에서 자라납니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거울 뉴런이 탄생했고, 사회적 정보를 잘 처리하는 방향으로 뇌는 진화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복잡한 뇌를 해킹할 수도 없고 수시로 달라지는 뇌의 네트워크를 모두 분석하는 것도 아직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만들어진 뇌의 범주화 기능이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만들어내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도 어렵게 만듭니다.

이러한 연유로 상대가 누구인지를 올바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평소에는 좋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예도 다반사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알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일을 함께해보는 것입니다.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만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면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생각이나 마음보다 행동이, 그 사람이 그 사회가 어떠한지를 드러내는 상징이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회적 관계라는 인간의 가장 핵심적 교류 체계를 이용해 생존합니다. 관계를 끊어야만 예방할 수 있기에 많은 국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접촉을 차단했습니다. 코로나 출발지로 알려진 우한시의 교민들이 입국할 때 이 불안이 최고조였습니다. 이러한 공포에서 이들을 품어 준 곳이 `진천'입니다. 감염이라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사람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위대한 용기를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독재정권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황망히 고향을 떠나온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연민과 포용의 마음으로 품어준 곳도 `진천'입니다. 근거 없는 테러에 대한 위협과 종교와 문화의 이질성이라는 가장 치명적인 `가치 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사람을 품어 준 곳이 `생거진천'입니다.

진천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완전히 드러냈습니다.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평범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생거진천'의 가치를 행동으로 증명했습니다. 이런 진천군민의 용기에 많은 국민이 박수로 화답했고 농특산물 구매로 호응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진천몰은 폭주하는 주문으로 잠시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생거진천 사람들의 마음은 이제 확실히 압니다. 진천은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연민(憐愍)과 애민(愛民)의 품격 도시'입니다. 이제는 `생거진천, 사후용인'이 아니라 `생거진천, 사후진천'입니다. 10만 도시를 넘어 행복한 내일로 비상하는 진천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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