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야옹~
멍멍~ 야옹~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9.0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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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고양이가 야옹~ 야옹~ 울고 개가 멍 멍 짓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면서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말을 해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고양이 소리를 듣고 싶을 때는 야옹~ 하는 사람에게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가 멍 멍 짓는다면 기분 상해한다. 특히 자신과 가까운 사이일수록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해 주길 바란다. 이 같은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말과 행동이 아닌 다른 말과 행동을 할 경우, 상대가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서운한 생각을 일으키거나 분노하는 경우마저 있다.

자신의 요구가 무조건 관철되기를 바라면서도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에 대해 과하다고 판단한 뒤,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선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작 자기 자신은 상대방의 요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자신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배려와 존경의 마음이 관계의 중심축이 돼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어야 한다. 가깝다는 핑계로 당연하다는 듯 자기중심적인 무리한 요구를 상대에게 한다면, 부부 친구 등 그 어떠한 사이라도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지라도, 그 같은 행동의 밑바탕에 강한 자기애(自己愛)가 깔렸다면 이 또한 자신의 만족을 위한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행동일 뿐이다. 자신의 필요에 따른 상대방의 쓰임을 중시하는 것은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상대방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자동차 에어컨의 냉기가 너무 약해서 서둘러 냉매를 보충하는 것은 자동차나 자동차의 에어컨을 위함이 아니다. 고장 난 세탁기를 신속하게 수리하는 것은 결코 세탁기를 사랑해서가 아니다. 자동차 에어컨과 세탁기를 수리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행동일 뿐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는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일도 그 이면에 자신의 만족과 이익 및 자신의 권위와 명예 등을 높이기 위해 속내를 숨긴 채, 상대방을 수단으로 쓰는 짓이라면 하지 않아야 한다. 개의 업식(業識)을 가진 사람이 멍 멍 짓는다고 해서 무조건 비난-지적하는 일도, 고양이의 업식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귀에 달콤하다고 해서 타인들에게 야옹~ 소리를 강요하는 짓도 근절돼야 한다. 고양이가 야옹~ 하고 개가 멍 멍 짓는 것을 굳이 문제 삼지 않듯, 사람을 대할 때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무심(無心)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지공무사하고 심령이 가난한 순수의식만이 상황 상황에 딱 들어맞게 “시위시(是謂是) 비위비(非謂非) 즉, 옳은 것은 옳다고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하는, 참다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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