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공간의 미래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1.08.3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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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이제 일곱 살밖에 되지 않은 딸이 물었다. “엄마, 왜 우리나라는 작아? 다른 나라는 엄청 큰데 우리나라는 땅이 조금밖에 없어?” 이 질문을 나는 꽤나 공들여 생각했다. 딱히 답해줄 수 있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역사문제를 말해주기에는 구차하고 질문의 질문이 이어질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에도 세계지도 속 우리나라는 손톱만큼 작았다. 나는 지도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이렇게 작아 보이지만 기차로 몇 시간을 가야 갈 수 있는 곳도 있고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도 있는 한 명의 사람에게는 매우 큰 나라라고 설명하고 말았다.

우리는 종종 공간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부의 가치를 내가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로 측정하기도 한다. 공공의 공간에서도 나만의 사적인 공간을 느끼고 싶어 하고 집에서는 가족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아주 개인적인 나만의 공간이 주어지길 바란다. 공간이 우리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력을 일곱 살 어린 아이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도서 `공간의 미래'(유현준 저, 을유문화사, 2021)는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라는 상황이 공간을 어떻게 바꿀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 갈지를 건축가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책이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매순간 공간이 필요로 하고 있음을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향유하는 공간의 크기를 넓히기 위하여 이렇게 아등바등 사나 보다.

저자는 공간을 통해 사회 계층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으며 교육공간의 변화를 통해 미래의 교육을 변화시키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지만 자연과 단절된 것이 아닌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주거 공간으로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건축가로서 바라보는 그린벨트, 물류, 국토균형발전 등 사회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회문제를 공간의 측면에서 해결방안을 찾아본 것이다.

나에게도 새로운 공간을 꾸미고 계획하는 일이 생긴다. 집을 이사하기도 하고 업무 공간을 재구조화하기도 한다. 나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하길 원하는가를 찾고 공간이 지니고 있는 철학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또한 코로나 이전의 세계에선 공간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무엇을 하는 공간으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개개인의 독립된 공간으로서 융통성 있게 변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만 했다. 오만가지 생각과 생각을 더해서 어떠한 활동을 할지, 무엇을 배치할 것인지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계산해 넣어야만 더 나은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공간을 바꾼다는 것은 습관처럼 지녔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주변을 돌아본다. 똑같은 책상에 똑같은 컴퓨터로 일하지만 이름이 없어도 누구의 일터인지 알 수 있을 만큼 각각의 자리는 모두 다르다. 집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일지라도 그 속의 사는 사람들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저자의 말처럼 공간의 변화를 통해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대규모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꾸준히 조금씩 우리 스타일대로 공간을 바꿔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대로 혹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말이다. 조금씩 더 나은 내일과 나만의 편안한 방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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