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있는 여행
이유 있는 여행
  • 김나영 청주시 장애인복지과 주무관
  • 승인 2021.08.29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김나영 청주시 장애인복지과 주무관
김나영 청주시 장애인복지과 주무관

 

얼마 전 친구와 다툰 일이 있다. 이유인즉, 어떤 일이든 당연한 건 있다! 없다!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각자의 결정으로 맡기기로 하며 마무리 한 일이었다.

나는 어떤 일이든 `당연한 것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문제를 대하는 편이다. 모든 일은 당연하지는 않다는 것, 즉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이유를 찾아서 나의 상황과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찾아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휴가, 휴일, 나의 여가시간에 여행을 간다는 것도 최근엔 더욱 당연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이면 휴가를 계획하며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휴가=여행'의 공식이 없어져 버렸다. 또한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 여행은 감염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위험상황으로 더욱 꺼려지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여행 외에 다른 대체재를 찾아보기로 했다. 세계음식을 집에서 요리하기,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같은 여행 프로그램 시청, 여행을 못 가게 된 나의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다. 그렇지만 그 어떤 것도 “여행”이 나에게 주는 기쁨과 즐거움 그리고 의미 있는 시간을 대신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의 이유를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나에게 여행의 의미를 준 대학교 2학년 때의 배낭여행이 떠올랐다. 그 당시 나는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중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여 세계정세가 매우 불안하였고 이로 인해 다른 여행지를 알아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꿈에 그리던 유럽배낭여행을 꿈꾸었던 나에게 첫 번째 좌절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호주였다. 그렇지만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나 그곳에 도착한 바로 그때 갑자기 발생한 지진으로 공항 한가운데서 꼼짝도 못 하는 두 번째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국 그 여행은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여행으로 남게 된다.

이제부터가 나의 여행은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 속에서 실망과 좌절만 있었을까. 계획에도 없던 상황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되었고, 여행 자체가 주는 행복이 있었다.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상황들이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었고 기쁨과 즐거움으로 변하는 때가 있었다. 첫 여행에서 깨달은 가장 큰 교훈은 내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좌절과 실패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제약이 너무나 많아진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유 있는 여행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연하지 않은 이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데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열어 얽혀 있는 제약들을 걷어 내고 우선 떠나고 돌아온 후 여행의 이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