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여중생 사건에 주목해야
청주 여중생 사건에 주목해야
  • 하성진 기자
  • 승인 2021.08.2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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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하성진 취재3팀장(부장)
하성진 취재3팀장(부장)

 

성범죄 피해를 호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사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12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아파트에서 또래 여학생 2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꽃도 피지 못한 나이의 여중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무엇일까. 언론이 물음표를 갖고 시작한 취재 과정에서 그 배경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는 두 학생 중 한 명의 계부였다. 두 차례의 영장 기각 끝에 그는 결국 경찰에 구속됐다.

이후 검찰에 넘겨진 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3일 비공개로 열린 첫 공판에서 피의자와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자신의 집에서 딸과 친구에게 술을 먹인 혐의(아동학대)만 일부 인정했을 뿐이다. 피해 학생들이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궁극적인 원인인 성폭력은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미성년자 성범죄 관련 사건이다 보니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언론의 취재 접근은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서 이번 사건의 진실은 오염되지 않고 오롯이 세상에 알려지기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에서는 2차 피해, 모방 범죄 등을 우려해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의 외부 노출을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재발방지 대책 차원에서라도 일정 부분은 공개해야 한다.

피해 학생이 세상을 등진지 3개월 만에 유서가 공개됐다.

유족이 최근 피해 여중생의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유서는 여중생 사건 100일 추모제가 열린 다음날 발견됐다.

유족은 청주 성안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유서를 공개하고 피의자 엄벌을 거듭 촉구했다.

유족 측은 “아동·청소년 성폭행은 그 자체가 평상의 삶을 죽이는 살인”이라며 “가해자는 재판에서도 뻔뻔하게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정한 재판을 통해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편지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피의자가 엄벌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족 그리고 친구를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도 가득했다.

피해 여중생은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냐”고 물은 뒤 “나는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고 심경을 밝혔다.

피해 여중생은 유서를 끝맺을 때까지도 성범죄가 남긴 고통을 호소했다.

딸과 딸 친구를 상대로 자행된 성폭력은 패륜범죄 그 자체다. 이런 사건들이 터질 때마다 방지 대책들이 나오지만 여태껏 그랬듯 땜질식 처방은 더는 안 된다.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힘없는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폭행은 가장 비겁하고 야만적인 범죄다. 사건이 터질 때만 공분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오창 여중생 아버지는 더 이상 한 맺힌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의 간청처럼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이 발생할 수 없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해결책 찾기에 국민 모두가 뜻을 같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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