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다리에서 쓴 편지]방아다리에서 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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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3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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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농촌은 걱정이 많습니다
김 익 교<전 언론인>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만 되면 농민들은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논·밭 물관리서부터 만에 하나 폭우라도 쏟아지면 농경지가 유실될까 밤잠 못자며 걱정들을 합니다.그리고 사이사이 비 안오는 날은 부쩍부쩍 자라는 풀 뽑으랴, 습한 날씨에 발생하기 쉬운 각종 병충해 방제에 여념이 없습니다. 거기다 소,돼지, 닭 등 가축을 기르는 집은 전염병이라도 돌까봐 더욱 바빠집니다. 엊그제 비에 새로 조성해 놓은 콩밭 일부가 유실됐습니다. 흙을 돋워 만든 밭이라 조금은 걱정이 됐어도 이정도로 쓸려나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모를 길러서 그 뙤약볕 아래 이랑에 비닐을 씌우고 한 포기 한 포기 물까지 줘가며 심은 실하던 콩들이 오간데가 없습니다.

이 밭은 아내가 "메주콩이라도 심자"고 굴착기, 덤프트럭 등 장비까지 동원해 어렵게 만든 밭입니다.또 제때 풀을! 못잡아 두번이나 트랙터로 뒤엎는 등 손이 많이 간 밭인데 그만 배수로가 부실해 둑이 무너진 것입니다.

그렇게 배수를 염두에 두고 밭을 만들었어도 얼마 안 온 비에 쓸려나가니 부실했던 것이지요. 주변 밭에 참깨, 고구마, 옥수수, 고추 등 작물이 들어차 굴착기도 못들어 오고 오직 인력으로만 복구를 해야되니 엄두가 안 났습니다.

문득 지난해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그때는 올해보다 비가 많이 와 면사무소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하며 장마피해를 살피고 있었고, 피해농가에 임시 복구용으로 보온덮개를 지원했었습니다.

이 보온덮개는 보온 뿐 아니라 농경지 유실부분에 덮어 놓으면 더 이상의 쓸려나감을 막아주는 등 농촌에서는 아주 유용한 물자임을 그때 알았습니다. 즉시 이장님에게 도움을 청했고, 면사무소에서 보온덮개를 지원받아 한시름 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완벽한 복구는 가을걷이 후가 되겠지요. 이번 비 피해는 동네서 저 혼자입니다. '나는 아직 초자 농부구나'를 자인하면서 많은 반성과 공부를 했습니다.

오늘은 비 때문에 뜸했던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논에서, 풀섶에서 막이 올랐습니다. 비 피해로 상심했던 마음을 이 천상의 하모니가 달래줍니다. 이 역시 자연의 조화라 생각됩니다. '병주고 약주는 것 같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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