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1000억원인가?
누구를 위한 1000억원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1.08.19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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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헌일 청주대 체육학과 교수
김헌일 청주대 체육학과 교수

 

최근 내수생활체육공원으로 청주시가 시끄럽다.

청주공항 활주로와 1.5㎞도 안 되는 비행안전구역에 350억원을 들여 축구장 등 체육 시설을 지었지만 관련 규정상 야간 조명을 켤 수 없어 시민들이 주 이용 시간대 활용이 불가능하며 낮에는 계속되는 비행기 이착륙 소음으로 사실상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실제 해당 시설은 청원구 내수 지역 활주로 선상에 근접해 있어 같은 거리라고 해도 소음 피해는 현저하게 심각한 위치다. 현재까지 투입된 시설비는 350억원, 추가 진행 시설비 360억원이 투입된다. 사실상 토지 매입비부터 향후 운영 관리비까지 다한다면 대략 1000억 규모로 추정된다. 이 예산은 대회 가능 규모의 실내수영장 50여개 건설 비용이다. 현장을 방문해보니 항공기 소음은 고통에 가까워 경기 진행이 불가했고, 부실한 공사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이와 관련한 것으로 필자는 청주시 생활체육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용역 초기 당시 다수의 청주시 공무원과 회의 과정에서 `내수 청주공항 활주로 인근 부지'에 체육 시설을 추진 의견이 있었으나 소음 등의 문제로 불가하다는 의견으로 매듭을 지었었다.

내수는 체육 시설 공급 공간이 열악한 지역 중 한 곳이지만, 공항 인근이 아닌 적절한 대상지에 건설됐어야 한다. 더구나 문제의 시설처럼 대형 시설일 경우 내수 뿐 아니라 청주 북부, 특히 청원 구민 전체를 고려한 적합한 지역을 선택했어야 한다. 해당 무용지물 시설이 이미 제공되었기 때문에, 청원구 주민은 오히려 공공서비스에서 멀어지게 됐다.

청주시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인구 대비 체육 관련 공공인프라가 가장 열악한 지역이다. 청주시민의 시설 수요는 시급한 상황이다. 도시 팽창, 아파트 신설 등으로 주거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도시의 물리적 외형뿐 아니라 주민의 경제, 구성, 문화, 주민출신지역 등 도시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 요인은 공공 체육 시설 증설이 더욱 긴박하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체육시설공간은 단순히 주민 건강 증진만이 아닌 주민 화합, 정체성 제고, 문화 형성, 지역 경제, 정치 발전에 기여 할 수 있기에 공공 체육 시설 공급은 청주시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청주시장과 청주시청이 과연 시민과 도시의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심지어 방송에 보도된 한 공무원의 인터뷰는 필자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해당 공무원은 “주민은 30여 년간을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쩌다 한번 가는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이런 얘기 하는 거지 불평에 불과한 거예요!”라고 했다.

청주시정의 현실은 이번 사례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런 문제가 지자체 단체장의 치적 쌓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담당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LH 사태처럼 불법행위로부터 인지, 이도 저도 아닌 무지와 무능에서 비롯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사안을 이미 저질러진 후 보도 과정에서 알았다는 사실만으로 관련 연구용역을 담당했던 필자는 번뇌했고, 반성했다. 지역에는 지역민을 위해 존재하는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도 있다. 내수뿐 아니라, 오근장, 북일, 오창 등 청원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역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심각한 쓰레기 소각장 문제로 북이면을 비롯한 청원 구민 피해를 처리해온 청주시청과 지역 정치인들이 떠오른다. 무능한 청주시와 지역 정치! 내수생활체육시설의 1000억원은 누굴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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