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검사 속 화학 이야기
도핑 검사 속 화학 이야기
  • 이상명 충북도교육청 파견교사
  • 승인 2021.08.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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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이상명 충북도교육청 파견교사
이상명 충북도교육청 파견교사

 

지난 8일, 5년 만에 열린 올림픽이 15일 동안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종료되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하는 모든 종목에 국민은 뜨거운 응원을 보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이목을 끌었던 종목 중 하나는 여자 배구가 아닐까 싶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8강에서 극적으로 터키를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상대는 세계 랭킹 2위의 브라질. 예선에서 패배했던 기억이 있지만 선수들은 더욱 승리에 대한 투지를 불태웠다. 4강전을 기다리던 중 브라질 여자 배구 대표팀 관련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바로 브라질 배구 선수 중 한 명이 도핑 검사에 적발되었다는 것이었다.

도핑 검사란 운동선수가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해당 종목에서 금지된 약물을 복용 또는 주사한 것을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도핑 검사는 선수의 소량의 소변이나 혈액으로 수행하는데,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는 200가지 이상의 약물을 금지 약물로 지정하여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량의 소변이나 혈액만으로 200가지 이상의 약물을 검출할 수 있을까?

그 비밀 중 하나는 바로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기라는 첨단 화학 기기를 쓰는 것이다. 화학자들은 근대 과학이 발달할 때부터 혼합물을 어떻게 분리할 수 있을지, 분리한 물질이 어떤 물질일지, 이 물질이 얼마나 많이 들어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다.

크로마토그래피는 혼합물을 분리하는 실험 방법이다.

혼합물 속 각각의 물질이 이동하면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다른 물질(고정상)과의 상호작용의 정도가 다른 것을 이용한다.

과학 시간에 거름종이나 분필의 아랫부분에 검은색 사인펜을 찍고 물에 넣었을 때 색소가 분리되는 것을 관찰한 적이 있다면 과학자들과 똑같은 원리로 혼합물을 분리해 본 것이다.

사인펜 속에 섞여 있던 파란색 색소가 가장 멀리까지 가고, 빨간색 색소가 가장 조금 갔다면 빨간색 색소가 거름종이와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한 것이다. 크로마토그래피를 통해 분리된 물질들은 질량분석기라는 기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질량분석기는 지금 들어온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그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해준다.

도핑 검사를 위해 채취한 선수의 소변이나 혈액은 전처리를 거쳐 시료로 만들어 크로마토그래피의 투입구에 넣는다.

시료는 몇십 미터의 관을 달리면서 고정상과 상호작용하며 개별 물질로 분리되어 질량분석기에 들어간다. 만약 금지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했다면, 여지없이 질량분석기가 금지약물의 존재를 알려준다. 아무리 선수가 도핑 사실을 부정하더라도, 첨단 화학 기기는 사실을 밝혀내고야 만다.

현대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첨단 화학 기기도 점점 더 적은 양의 약물을 검출할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도핑 검사에 적발되지 않았던 미량의 약물이나 새로운 약물도 검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은 약물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도핑이 모두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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