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인 오장환 보은 군민 오장환
한국의 시인 오장환 보은 군민 오장환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8.16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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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충북 보은군이 오장환 문학상 조례안 제정을 두고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오장환 문학상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군에서 조례안까지 만든 것은 좋았으나, 조례안에 오장환 문학상 작품 응모자를 보은군내 거주자와 출향인사로 제한하는 조항을 넣어 입법예고하면서 동네문학상으로 전락시키는 일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충북작가회의에서는 보은군에 오장환 문학상 운영 조례안을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오장환 문학제의 꽃이기도 한 오장환 문학상은 국내 최고의 문학상으로서의 가치를 드높여야 하는데, 오히려 군 조례안은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려온 모두에게 참담함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장환 문학상의 가치를 폄하하고 훼손하는 조례안을 즉각 폐기하고 합리적이고 공신력 있는 조례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보은군의 입장은 완강하다. 오장환 문학상이 외지인만의 행사로 전락했다며 기존의 조례안으로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지난 13년 동안 오장환 문학상을 주관한 운영위원회도 외지인이 다수였고, 심사위원도 모두 외지인이었으며 수상자도 모두 외지인이었다는 게 군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서울의 한 출판사가 주관해 작품을 공모·심사하고 수상자를 선정하며 보은에서는 시상식만 열려 군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군민들 사이에 외지 수상자들의 시를 낭송하고 외지인들 손에 끌려가는 1시간 맛보기 행사는 그만하자는 여론이 높았다”며 군민의 여론을 내세워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학계에 논란을 촉발시킨 오장환 문학상은 그러나 상의 내력만 살펴봐도 보은군의 조례안이 역사를 무시한 처사임을 금세 알 수 있다. 지원 조례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인물을 빛내는 것이 아니라, 빛을 가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장환은 1930년 일제강점기 때의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시인으로 활동하다 월북해 고향인 보은군 회인에서도 잊혔던 시인은 1988년 납북·월북작가 작품 해금조치로 새롭게 연구되고 조명되었다. 이후 2006년 회인에 오장환 문학관이 건립되었고, 2008년 오장환 문학상이 제정돼 솔출판사와 보은문화원 주최로 매년 문학상 시상도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는 도종환 시인을 중심으로 충북과 전국의 작가들이 참여해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림으로써 오장환을 소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장환 문학상이 제정된 후 13년은 전국 문단에 시인 오장환을 알리는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10여 년의 노력에도 보은군이 지역인물로 한정해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지역'에 매몰된 모습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지역민이 소외되었다면 참여의 폭을 넓혀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외부인 폐쇄라는 극단의 조치로 오장환 시인을 추모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표면적으로 드러난 대립각 외에 `지역'의 문제다. `지역'이란 말의 함정은 지역과 타 지역으로 구분하고, 지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되는 이상한 논리가 서로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가 굳어지고, 지방선거가 되풀이되면서 지역마다 소권력이 자리를 잡고 자기의 권리를 주장한다. 너도나도 지역을 위해서, 지역발전을 위해서라고 목소리 높이지만 `지역민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의 뼈를 되새겨볼 때다.

한국의 시인 오장환이냐, 보은 군민 오장환이냐를 두고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한국의 시인 오장환을 보고 싶다. 그것이 시인 오장환의 격에 걸맞은 선택이고, 지역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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