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욕심
공간 욕심
  • 이형석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 승인 2021.08.11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이형석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이형석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최근 팬데믹 덕분으로 사람들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됐다. 소위 팬데믹 머니로 인한 집값의 급등은 공간에 대한 욕망을 더욱 증폭시켰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최초의 공간 욕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내 집 마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틈을 타서 한 자동차 회사에서는 자동차를 나만의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광고를 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의 공간에 대한 관심이 면적과, 가격으로 평가하는 경향은 무척 아쉽다. 사회 분위기상 나에게 좋은 공간을 비싼 건물과, 넓은 면적으로 치환해 버리는 그러한 의식을 말한다. 사실 우리나라 사회구조상 비싼 건물은 그만한 가치와 합리적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 이유와 관련 없는 나에게는 무의미한 조건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공간에 욕심을 가져야 할까? 결론적으로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다시 공간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므로 공간과 그 속의 사람이 함께 동화되어 변화되는 공간에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변화되는 공간이란 말은 쉽지 우리나라처럼 주거 환경이 매우 획일화된 사회에서는 아주 어렵다.

왜 그런지 이유를 살펴보자. 건축물을 쌓아올릴 때는 크게 두 가지 구조 즉 벽을 세워 상부층을 지지하는 벽식구조와 기둥과 보를 연결하여 상부층을 지지하는 라멘구조로 구분된다. 각 구조형식은 각기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주거의 50% 이상인 아파트는 벽식구조를 택하고 있다. 구조재인 벽체를 변경할 수 없으니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나 가족 구성원의 변화 등을 적절히 반영할 수 없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로 인하여 팬데믹 이후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고 워라벨을 중시하는 지금 시대에 걸맞게 공간의 질을 높이기 어렵다. 제도를 바꿀 수도 없고 건물의 구조를 바꿀 수도 없으니 사람들은 자꾸 외부공간에서 공간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 그나마 공간의 경험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해서 공공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찾은 사람들은 다행이다. 비가 올 때 가고 싶은 공간, 책 읽기 좋거나 산책하기 좋은 공간, 나만의 숨겨진 뷰 맛집 등등..

필자가 유럽의 한 도시를 여행하다 집집마다 현관문과 창문의 디자인과 색채가 다른 것에 큰 영감을 받은 적이 있다. 모든 문들이 꽤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지고 관리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2000세대짜리 아파트는 사실 호실 번호를 빼면 모두 똑같아 집도 못 찾을 정도이니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그 집들이 설마 문만 다르겠는가? 사는 사람이 다르니 집 전체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창의력을 그렇게 외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획일화된 공간에서 살면서 기적을 바라는 외침 아닐까?

팬데믹으로 사회 구조적 변화가 더욱 가팔라진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치장 정도 하던 공간 욕심에서 진정 나와 맞는 공간, 사회 변화를 담는 공간을 욕심낼 때도 되지 않았을까? 개인과 사회가 고민해 볼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