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들의 축제 `이그노벨상'
괴짜들의 축제 `이그노벨상'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1.08.1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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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이그노벨상에 대해 들어보았는가?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상이다.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유머 과학잡지사에서 1991년 제정한 상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노벨상은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Alfred B. Nobel)의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1901년 제정된 상이다. 인류 문명의 발달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된다. 그런데 이그노벨상은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이란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고상하다는 뜻의 노블(nobel)에 대조되는 품위 없다는 뜻의 이그노블(ignobel)에서 따왔다.

이 이그노벨상이 오랫동안 인기를 끌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유는 대중의 사랑 때문이다. 이그노벨상을 타려면 우선 주제가 무조건 웃겨야 하며, 흉내 낼 수 없고, 흉내 내서도 안 되는 기발한 연구라야 한다. 그래서 엉뚱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과학 연구에 수여된다. 예를 들어 방광의 한계와 판단력의 연관성 연구, 고추냉이(와사비)를 이용한 화재경보 등이다. 황당한 연구들이 많이 있는데, 벌에 쏘이면 어디가 아픈지 찾아내기 위해 벌에 200회 쏘여보는 생체학 실험자, 관절을 꺾으면 관절염이 생긴다는 세간의 이야기에 대해 진실을 알고자 60년간 왼쪽 손가락 관절을 꺾어보고, 오른손은 대조군으로 남겨 상관이 없음을 증명한 실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 수상자도 있다. 1999년 향기나는 양복을 개발한 코오롱 권혁호와 2017년 커피잔을 들고 걸을 때 커피를 쏟는 현상을 연구한 한지원이 있다. 컵의 움직임에 따라 공명 진동수가 어떻게 되는지를 분석하여 잔의 윗부분을 쥐고 걸으면 커피가 덜 튀어나온다는 연구를 인정받았다.

이그노벨상 시상식도 재미있다.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설립 목적에 맞게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일종의 축제이다. 수상 소감을 너무 길게 하면 `스위티 푸'라는 꼬마 여자아이가 단상에 올라와 큰 소리로 “Please stop. I'm bored.(그만 좀 하세요. 지루해 죽겠어요.)”라고 외친다. 또한 관중에게 종이비행기가 제공된다. 마음에 안 들면 단상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야유를 할 수 있다. 이그노벨상 시상식에는 노벨상 수여자들도 종종 참여해 함께 즐기기도 한다.

이런 시상식이 정말 축제같이 즐기는 시상식이 아닐까?

신기하게도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모두 수상한 수상자도 있다. 2000년 자기장으로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킨 공로로 이그노벨상을 받았던 안드레 가임이라는 연구자가 10년 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을 흑연에서 분리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을,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한 기발한 발상으로 성공한 공로이다.

기발한 아이디어, 창의력은 엉뚱함의 또 다른 표현일 때가 종종 있다. 모두가 한 방향만 바라보고 끝이 절벽인 곳으로 나아갈 때, 이건 뭔가 이상하다고 깨닫고 돌이킬 수 있는 상황 판단 능력도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능력은 때로는 엉뚱함으로, 때로는 창의력으로, 때로는 공감 능력으로 나타난다.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 학교의 과학실은 끊임없이 미래 세대에 필요한 이런 능력 개발을 위해 상황을 제시해 주는 곳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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