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투명인간
코로나와 투명인간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21.08.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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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일단은 오찬의 실수였다. 그것이 어찌 보면 미처 챙기지 못한 정보 부재의 탓에서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감스러운 불만이 시비를 자극하였다. 그 이유는 투명인간 때문이었다. 얼마 전 코로나로 인해 발길이 뜸한 한여름 밤의 거리에 한산했던 식당 문이 열리고 왁자지껄하며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런데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시점에 그 인원수가 법이 정한 숫자를 넘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식당 아줌마는 의문을 가지고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자신은 접종을 완료했으므로 그 수에서 제외된다고 큰소리를 쳤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있는데 그 사람은 없는 사람으로 보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들려왔다. 갑자기 투명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있어도 보이지 않는 사람. 투명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그 순간 오찬은 그간 갖지 못한 모임을 생각하며 갑자기 켕기는 듯한 소리에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공연히 끼어들었다. 문제는 그것부터가 실수였다. 오찬은 식당 아줌마에게 그의 접종 완료를 확인하라고 귀띔해주었다. 그런데 아줌마는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관심을 크게 두지 않은 듯 보였다. 어쩌면 그들의 말을 믿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굳이 따지고 보면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옥신각신 해봤자 아줌마에게는 득 될 것이 없어 보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모두가 정보 부재 탓으로 그들이 다투는 일과는 무관하게 법에는 저촉되지 않는 일이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그들은 다투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된 데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걸어 끼어든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누구기에 특권을 누리는 것만 같아 오찬은 불만이 불끈 솟았다. 마치 차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꾸만 되씹는 말로 형평과 차별을 머릿속에 되뇌며 불만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닌게아니라 그들의 말대로라면 수십 명이 자리를 함께해도 어떤 제재를 받거나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며 어떤 이유도 묻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였다. 더구나 그들의 우쭐거리는 듯한 모습을 바라보며 속 좁은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술잔을 다 비우고 난 오찬은 불만을 털어내지 못한 채 입씨름만 하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따지고 보면 그들의 탓도 누구의 탓도 아닌 것 같은데 괜한 불만과 엉뚱한 시시비비를 놓고 애매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왠지 손해를 보고 사는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 괜스레 자꾸만 투정이 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일종의 질투 같았다. 만약 처지가 바뀌었다면 어찌했을까 의문이 갔다. 굳이 탓을 하자면 코로나였다.

사람은 누구나 불평등한 대우를 용납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예외처럼 인정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권리보다 생명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당위성을 부여할지라도 부득이한 경우라면 이해와 양보가 요구될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지금과 같은 때일 것이다. 비록 사람마다 엇갈리는 반응과 유감이 마찰을 빚고 있지만, 각자의 이해적 불만을 내세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코로나의 현실을 탓하기보다 인내와 배려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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