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대 방법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대 방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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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 하 정책실장 <일하는공동체실업극복연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150만명 이상이 하루 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한 IMF외환위기 당시의 경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 대량 실업사태는 중장년층의 일자리를 앗아간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녀의 부양으로 생활하던 다수의 노인들을 수용시설과 거리 노숙자로, 어린자식들은 고아원으로 내몰았다.

정부는 실업사태를 수습하고 가족해체 등 뼈아픈 경험의 되풀이를 막고자 두 가지 정책목표를 설정한다. 하나는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다수 실직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 안전망으로써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단기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최저 임금으로 작동되는 공공근로형 일자리의 확대였다. 이로 인해 각 부처에서는 예산을 쥐어짜면서 한자리라도 공공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을 경주했고,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대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런 움직임은 곧 정부정책의 근간이 돼 장기실직자 등 근로 취약계층들이 노인, 장애인, 영·유아 등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대상을 유급으로 돌봐주는 보살핌 노동의 일자리 확대를 야기시킨다. 사업 초기에는 급물살을 타고 일사천리로 확대 실시되던 근로 취약계층의 보살핌 노동 일자리 사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비스 대상자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되기 시작했다.

보살핌 노동 일자리 중에서 보편화돼 있는 노인대상 사회서비스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나라의 노인 대상 서비스 제공인력은 98% 이상이 여성이며, 학력은 중·고졸 수준으로 평균 연령은 45세 이상의 준고령층이 대부분이다. 근로조건 역시 시간제와 계약직으로 일자리 자체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임금 또한 최저임금 수준이다.

서비스의 질은 어떠한가 대부분 2주 남짓(80시간 이내)의 기초교육만 이수하면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제대로 된 서비스 향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살핌 노동에 대한 사회적 위상도 낮아 서비스 제공자들의 자존감과 근로의욕이 떨어져 있다. 어찌보면 서비스 질의 저하는 현실조건이 낳은 당연한 결과다.

복지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덴마크의 경우 노인대상 서비스 제공인력의 성별, 연령 등 인구학적 특성은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그러나 근로조건은 너무나 다르다. 이들은 모두 공무원으로 일자리의 안정성을 보장받고 있으며, 주당 37시간 정도의 근무시간에 급여 또한 덴마크 평균근로자 임금의 76∼93% 수준을 받는다. 이로 인해 보살핌 노동에 대한 사회적 위상도 제법 높은 편이다. 서비스의 질적 측면을 살펴보자. 서비스제공 인력인 수발사는 14개월, 간병인은 20개월의 기본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돼 있으며, 일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보수교육을 받는다. 따라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해 일하는 사람들은 고임금의 안정적 일자리를 갖게 되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일자리의 창출과 사회서비스의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는 달성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서비스 제공자는 최저임금 수준에 불안정한 근로조건하에서 일하고, 서비스 수혜자는 질 낮은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방치하는 것은 두 가지 목표 모두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정책담당자들에게 요청한다. 덴마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먼저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일자리의 안정성과 주 44시간 근로대비 근로자 평균임금의 70% 이상 수준 정도의 임금(월 120만원선)을 담보해 줘야 한다. 또한 최소 6개월 이상의 심도 있는 교육을 통해 서비스 제공 능력을 강화시키는 체계구성도 필요하다. 이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연계될 것이며, 나아가 일자리 창출과 사회서비스 확대의 두 가지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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