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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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2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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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용 교육감의 책임이다
김 승 환 <충북대학교 교수>

1998년 전후로 기억한다. 연구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잘 아는 분이어서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뜻밖에 전화 건너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전화 속의 무거움이란 대개 어떤 내용일까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어서 덩달아 나도 목소리가 조심스러우면서 무거워졌다. 이야기인즉슨, 교육청과 교육감을 그렇게 비판하는 것은 교수로서 좀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사태를 짐작했다. 1989년에는 나를 지목하여 저 철없는 교수를 어디로 좀 보내라고 했다는 충북교육청이므로 교육과 관계있는 나로서는 무심히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 며칠 전, 충북교육청 정문 수위실의 위압적인 태도와 교육청 복도나 사무실의 절간 같은 분위기를 비판한 내 글이 신문에 실린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충북교육청을 방문해 보고 놀랐다고 썼다. 위압적인 태도와 절간 같은 분위기는 필시 교육감의 권위주의가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아주 가벼운 비판을 했을 뿐이었다.

그 내용은 충북교육청이 생기가 넘치고 자유스런 분위기가 되면 창의적 교육에도 좋고 현대적 감각에도 맞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한데 그 정도의 비판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지 충북교육청은 두 번에 걸쳐서 신문에 나를 비판, 아니 비난(非難)하는 글을 게재했다. 몇 번의 전화도 더 걸려왔다. 나는 이런 일을 보고 당시 충북교육청의 폐쇄적이고 안이한 상황인식에 대해서 놀랐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07년 7월, 나는 충북교육청의 폐쇄적이고 안이한 상황인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무슨 일인가 충북교육청은 충주의 탄금중학교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지만 안이하게 대처했다. 지난 주, 예전에 나를 놀래켰던 바로 정문에서 수백명의 교사들이 모여 탄금중학교 문제를 규탄하는 시위가 있었다.

그 시위의 발단은 교장선생님의 강압적인 자세와 성희롱, 그리고 장애인 비하발언 때문이었다고 전한다. 그 시위 이후에 충북교육청은 적극적으로 조사와 대처를 하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것이다. 나는 평소 이기용 교육감께서 훌륭한 인품과 친화력으로 교육행정을 잘 수행하는 분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통하여 무엇인가 잘못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사들은 일이 확산되기 전에 여러 차례 교육감께 그런 사실이 있는지 조사라도 해 달라고 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충북교육청은 교장선생님을 감싸는 한쪽의 관점만 듣고, 충주교육청의 보고만 기다리면서 유야무야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일이 커져 버렸다. 그제서 조사도 하고 조치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은 무책임하기도 하거니와 어린 학생들에게 끼칠 영향도 좋지 않고, 또 교육가족이 받을 상처도 작지 않다. 나는 탄금중학교 교장선생께서 교사들을 위압적으로 대했는지, 성희롱을 했는지, 장애인 비하발언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충북교육청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 충북교육청은 전교조 교사들이 음모를 꾸며서 침소봉대(針小棒大)한 것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것은 교육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 것이 아니라 전교조를 적대시하는 대결적 관점에서 문제를 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충북교육청은 사태와 상황을 너무나 안이하게 판단하고 대처했다. 그러나 생각을 해 보자.

지난 2개월 동안 수십 명의 교사가, 막나가는 시정잡배도 아니고, 교육감과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 교사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문제를 제기해도 막무가내인 이 놀라운 사실의 책임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 모든 책임은 이기용 교육감께 있다고 단언한다. 관내의 학교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시간을 지체치 말고 즉각 조사하여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교육감의 임무다. 적어도 이 사회의 가장 합리적인 직업군 중 하나이자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교사들 수십 명이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을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기 어렵다.

교육감께서 문제를 제기하는 탄금중 교사들을 나쁘게 말하는 교육환경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책임은 면해지지 않는다. 교육감은 그런 것을 냉철하게 간파하고, 문제의 본질을 명쾌하게 판단해야 하는 직분(職分)을 가졌다.

무릇 교육감은 이런 사건을 조사해서, 탄금중 교사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엄중 문책할 권한과 능력이 있는 최고책임자이며, 탄금중 교장께서 잘못이 있다면 역시 엄중 문책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지도감독관이다. 나는 지켜볼 것이다. 그 책무를 저버린 이기용 교육감께서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오류를 범했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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