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연금술사
  • 박윤미 노은중 교사
  • 승인 2021.08.08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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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박윤미 노은중 교사
박윤미 노은중 교사

 

아버지는 글만 쓰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며 뭐라도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기자라도 하면서 글을 쓰는 건 어떠냐고 했다. 그러나 소년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소년은 글을 쓰고 싶었다. 세상은 꿈이 무엇이냐고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계속 묻지만, 소년은 끝없이 질문을 퍼붓고 어떤 답에도 그게 아니라고 화내기 일쑤인 자기 마음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소년은 아버지와도 세상과도 마음과도 친하게 지낼 수 없었다. 정신병원에 보내지기도 했고, 전기요법을 받기까지 했다.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세상과 투닥거리더라도 그럭저럭 관계를 갖는 것은 그나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마음이었다. 마음은 훨씬 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작 불혹(不惑) 정도가 되었을 뿐인 소년은 홀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마음과 단둘이 가는 길, 그곳에서 미혹을 덮은 더께를 모두 떨쳐 냈을까? 파울루 코엘류의 이야기이다.

사촌 동생이 고등학생이 된 아이에게 좋은 말 좀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좋은 말'이 뭔지, 엄마의 기대와 아이의 기대도 내 마음만큼 막연하고 복잡했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일단 청주로 달려갔다.

네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세 아이는 각기 다른 일반고 1학년이고, 한 아이는 같은 나이지만 홈스쿨링 중이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서먹한 사이다. 아이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이 자리에 나왔을까? 순전히 내 고등학교 교사로서의 경력에 기대어 검증되지도 않은 사람에게 시간과 마음의 수고를 모험할 정도인 대한민국 부모들과 아이들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마음속으로 짧게 후회와 반성을 하고, 급히 진로 상담, 공부법 코칭, 또는 인생 코칭 프로그램이 내 머릿속에 있는지 점검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서로 낯설었다. 그래서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했고, 우리 공통의 언어는 책이다. 아이들 각자가 고른 작품 모두에 사람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진하게 담겨 있다. 어른들이 이런 책을 고르겠는가? `지킬박사와 하이드', `햄릿', `헬렌 켈러 자서전'에 이어서, 오늘은 파울루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읽고 의견을 나누는 날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사막을 걸어갔다. 산티아고의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해져 갔다. (중략) 그와 그의 마음은 이제 서로 배신할 수 없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산티아고는 자기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보물은 철학자의 돌이나 생명의 묘약 같은 것인가? 값싼 물질을 값비싼 금으로 바꾸고자 했던 연금술은 무모한 욕심인가, 숭고한 목표인가? 산티아고처럼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삶이 팝콘 장수나 크리스털 가게 주인의 삶보다 가치 있는가? 서로에게 질문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마음의 대답일 것이다. 각자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을 통해 자기 마음을 아는 것이 최종 목적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걸어가는 여정에 있지 않을까?

산티아고는 사막을 건너 드디어 피라미드에 도착했다. `산티아고는 자아의 신화를 찾아, 오랜 여행을 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웠고, 그가 꿈꾸던 모든 삶을 살았다.'

<연금술사>는 파울루 코엘류의 삶이다. 연금술은 실제 그의 중요한 화두였고, 물질과 정신의 비법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삶에서 오랫동안 농축된 자신의 삶의 연금술 비법을 세상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는 하루하루 한 발 한 발이 모두의 앞에 놓여 있는 위대한 업이라 했다. 인솔자가 아니라 동행자로서 얼핏 안다고 생각했던 작품들 속에서 새로운 원석들을 주우며 나도 나의 사막을 건너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함께 그리고 각자, 연금술 탐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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