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메시스 현상
호르메시스 현상
  •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 승인 2021.08.0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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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양철기 교육심리 박사·원남초 교장

 

호르메시스(Hormesis)는 그리스어로 `자극한다'혹은`촉진한다'는 뜻으로, 미량의 독소나 스트레스가 오히려 생물과 인간의 성장에 도움을 주는 보편적인 생리현상을 가리킨다. 1880년 독일의 약리학자 휴고 슐츠가 호르메시스 현상을 관찰한 적이 있으며, 1943년 사우섬과 에를리히가 생리학 논문에서 처음으로 `호르메시스 효과'란 용어를 사용했다.

소량의 병원균에 미리 노출시키는 예방주사가 대표적인 `호르메시스효과'의 예이다. 원래 보톨리늄은 강력한 독성을 지니고 있지만, 적정한 소량의 보톨리늄은 보톡스로 피부 미용, 치료제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도 소리나 카페의 적정한 소음이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백색소음 또한 같은 원리이다.



# 외상 후 성장

외상후성장(PTG, Post Traumatic Growth)은 신체적인 손상 또는 생명에 대한 불안 등 정신적 충격을 수반하는 사고를 겪은 후 심적 외상을 받은 뒤, 회복력을 통해 이뤄지는 회복상태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긍정적 성장을 말한다. 심리학자 테데쉬(R.Tedeschi)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경험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긍정적 성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대조되는 개념으로 외상후성장(PTG)으로 불렀다.

가끔 자다가도 벌떡벌떡 놀라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언젠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 장면, 혹은 상처를 받았던 그 순간이 나타나서이다. 어쩌면 이러한 순간순간들이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똬리를 틀고 앉아 계속적으로 삶을 힘겹게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내면으로까지 전이되어 마음속 깊은 상처로까지 남아 남은 삶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단의 PTG 사람에게는 전보다 더 유연해지며, 더 강해지고 더 인내심이 생겨 마치 예방주사를 맞은 것처럼 웬만한 역경을 견디는 힘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충격을 경험한 뒤에 우정과 가족관계가 더욱 강화되고, 주변의 관계가 정리되며, 관계 상실의 경우 남아있는 다른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주는 관계의 여과장치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 백신을 맞으며

사람들은 각자의 고유한 삶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각자의 트라우마를 타인이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 사건으로 성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안에 고립되어 힘겹게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를 해야 한다. 이것은 오롯이 당사자가 겪어내야만 이룰 수 있는 아픈 과정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트라우마를 주고, 받고 또는 극복하고 성장하였다 할지라도 고통과 상처의 자국은 남아있으며 그것을 애써 지우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 자국으로 인해 계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상 후 성장한 사람들은 상처와 그로 인한 실패를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트라우마에 시선이 멈춰져 있을 때는 진짜 병이 된다, 실패는 실패에 시선이 멈췄을 때다. 실패란 실패에 멈춰 섰을 때 규정되는 단어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한다'는 철학자 니체의 말처럼 상처는 나 스스로 알고 있던 자아보다 훨씬 강한 존재임을 깨닫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값진 시간일 수 있다.

내일 드디어 코르나19 백신을 접종한다. 소량의 나쁜 독이 `호메로스 효과'를 내어 나와 주변인을 좀 더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다. 그리고 살아오면서 받은 상처와 또 준 상처로 상처 입은 사람들이 부디 PTG로 승화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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