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발걸음
가벼운 발걸음
  • 김형운 청주시 흥덕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 승인 2021.08.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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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김형운 청주시 흥덕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김형운 청주시 흥덕구 산업교통과 주무관

 

우리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 전담 일꾼은 오롯이 내가 맡고 있다. 비가 오면 우의를 꺼내 입어야 하며 눈이 오고 기온이 떨어질 때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 무장을 해서 나가고 요즘 같은 한여름에는 한번 다녀오면 온몸을 땀으로 샤워한다. 문장만 읽으면 불평이 섞인 한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아내가 육아에 대한 상당 부분을 도맡아 하고 있음에 비하면 나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업무 배정이다.

다만 이러한 육체적인 힘듦에 비하면 더한 것이 있다. 아파트의 재활용품 집하장에 갈 때마다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분리배출 요령이다. 나름대로 의무감을 가지고 배출요령을 숙지하려 노력하였지만 복잡다단한 형태의 쓰레기들 버리다 보면 헛갈림은 매한가지다.

또한 그것에 더해 마음이 쓰이는 것은 과연 이렇게 열심히 재활용을 분리배출한다 한들 제대로 재활용일 되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구심이다. 그간 여러 미디어를 통해 접한 바로는 아무리 열심히 재활용을 배출하여도 결국에는 하나로 모여져 실제로 제대로 쓰임을 가진 재활용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아주 적은 비율이라 보아 왔고, 또한 나름은 최선을 다해 코팅된 종이와 일반 종이를 분류하고, 플라스틱에 붙은 포장 비닐을 떼어내고, 병에 붙은 알루미늄 뚜껑 등을 떼어내고 배출하려 노력하나 그 노력에 비해 언제나 부족함은 있을 것이기에 제대로 재활용이 이루어질까라는 의구심을 가지며 버리곤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된 생수병 등의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라는 홍보 배너와 함께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 아파트 재활용품 집하장에 설치된 투명 페트병 전용 배출함을 보고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간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던 많은 부분을 일거에 해결해 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당장에 재활용 집하장에 가서 방황하던 시간을 줄여주었고 `과연 이렇게 해도 재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질까?'라는 물음표가 `내가 이렇게만 하면 제대로 재활용이 되겠구나!'라는 느낌표로 바뀌게 되었다.

적어도 투명한 페트병을 버릴 때만큼은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환경에 덜 피해를 주겠구나 하는 조금은 부담을 덜어낸 마음으로 버릴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이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특별히 엄청난 노력을 요하지 않는 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자원 재활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준비는 되어 있으리라. 다만 복잡하고 어려운 요소를 줄여주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면 확실히 재활용이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해야 한다.'라는 당위와 윽박지름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작은 행동 일지라도 그 행동을 함으로써 스스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 행위를 하기까지 어려운 문턱 하나하나를 낮춰주다 보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양손 가득 각양각색의 재활용 쓰레기로 몸은 무겁지만 향하는 발걸음은 하루하루 더 가벼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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