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탁월성 교육
올림픽과 탁월성 교육
  •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 승인 2021.08.03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지금 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 선수단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Z세대인 수영의 황선우, 탁구의 신유빈 그리고 양궁의 김제덕이다. 이들은 모두 나이가 17~18세로 고등학교 학생들과 같은 나이이고 올림픽 출전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세계 무대에서 조금도 주눅들거나 기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떤 선수들 보다 당당하였다. 어린 선수들이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충분한 연습과 훈련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탁월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지게 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탁월성은 무엇인가? 그리스어에 `아레테(αρετη)'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에서 아레테는 사람이나 사물에 갖추어져 있는 탁월한 성질. 좁은 뜻으로는 인간의 도덕적 탁월성을 이르는 말이다. 아레테의 의미를 좀 더 살펴보자. 아레테란 그리스어로 좋음을 의미하는 아가토스(αγαθο?)의 최상급인 가장 좋음이라는 아리스토스(αριστο?)에서 유래되었다. 아레테란 자신의 능력의 최대한 혹은 최상의 행위, 최선의 상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무엇에서 아레테를 가진다는 것은 그것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위치나 최대한의 능력에 도달했다는 것이며, 삶에 있어서 아레테를 추구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과 모든 종류의 행위에 있어서 최상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무의 아레테란 성장과 함께 꽃피우고 열매 맺는 것이며, 운동선수의 아레테란 최선을 다해 몸을 가꾸고 운동을 해서 경기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이처럼 탁월성의 철학이란 다른 사람과 비교한 우수성이 아니라 스스로 최선을 다하여 최고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탁월성보다는 수월성을 강조하였다. 수월성은 다른 것에 비하여 빼어나고 우월한 성질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항상 다른 사람과 비교하였고,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였고, 아이들은 항상 그 시선을 다른 사람에 두어야만 했다. 나의 최선이나 최대한이 아닌 다른 사람이 얼마나 잘하는가 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주눅들고 기죽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회는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기술에서도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사물인터넷(IoT), 공유경제 및 클라우드 소싱, 로봇, 자율 주행,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등의 기술이 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미래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보고 그와 비교할 시간이 없다. 또 다른 사람이 어떤 능력을 지녔다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있던 시선을 거둬야 한다. 과거의 수월성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그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야 한다. 바로 탁월성 교육이 필요한 시대이다.

고대 아테네 시대에 소피스트는 시민들을 설득하는 능력인 수사학을 민주주의의 아레테로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소피스트들은 수사학적 능력을 두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였고, 결국 윤리적 상대주의와 회의주의에 빠지게 되었다. 이러한 소피스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자각한 소크라테스는 아레테를 인간의 영혼이 진리를 찾아가는 것이라 하였다. 소크라테스에게 있어 영혼은 외부적인 것이 아니고 인간의 본질이므로 영혼의 진리를 찾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아는 것이었다.

미래 사회는 바로 아레테에 대한 소크라테스적 전환이 요구되는 사회이다. 미래의 교육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도록 가르치기 보단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알고 그것을 최상의 위치까지 끌어 올리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으로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즉 미래의 교육은 탁월성 교육이 답인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