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마음 처방전
나를 위한 마음 처방전
  •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 승인 2021.07.29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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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그릇에 담긴 우리 이야기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신은진 한국독서심리상담학회 회장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잘랄루딘 루미의 시 `게스트하우스'이다. 인생은 크고 작은 어려움으로 가득하다. 기쁘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도 많지만 힘들고 슬프고 가슴 아픈 일들도 많다. 우리는 전자보다는 후자를 더 빠르고 강하게 체감한다. 행복한 일보다 불행한 일이 양도 더 많지만, 질적으로도 더 센 것처럼 느껴 우리를 좌절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처럼 말이다.

먼 훗날, 2021년의 여름은 코로나19의 확산과 폭염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그리고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뎌냈는지 이야기할 날이 올 것이다. 이런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상을 견뎌내는 것이리라. 그러기 위해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어 질병을 예방하듯이 마음의 면역력을 높여주어 일상의 스트레스와 인생의 고난을 자연스럽게 이겨내야 할 것이다.

슬픔을 치료해주는 비밀의 책(글, 카린 케이츠. 그림, 웬디 앤더슨 홀퍼린. 옮김, 조국현)은 독서치료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그림책이다. 내 주머니 속 깊은 곳, 슬픔의 돌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준 그림책이다.

주인공 롤리는 여름 동안 엄마, 아빠와 떨어져 이모네 집에서 지내게 된다. 평소에는 이모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막상 이모의 집에 혼자 남겨지고 나니 슬픈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된다. 롤리의 기분을 눈치챈 이모는 슬픔에 대한 처방이 담겨 있는 책을 찾아오고, 둘은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수행한다. 햇살과 바람을 머금은 사과 주스 한 잔을 천천히 마시기, 좋은 땅에 씨 심기, 가능한 먼 곳까지 걸어가기……. 롤리는 멋진 생각들로 더없이 행복해졌으며 새로운 일을 꿈꾸며 잠이 든다.

2009년 우리나라가 세계적 금융위기에 처해있을 때 `회복 탄력성'이 붐을 일으켰던 기억이 있다. 역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도약의 발판으로 삼자고 온 국민을 응원했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에게서는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는데, 그들의 삶 속에는 가까이서 지켜봐 주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푼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없다 하더라도 우리가 경험하는 긍정적 정서는 우리에게 그 힘을 발휘하게 한다.

긍정적 정서는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뇌를 활성화 시켜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창의성과 문제 해결력이 향상된다. 얼마 전 예능방송에서 연기자 한 명이 같이 공연 연습하는 사람들과 `Lucky Draw' 이벤트를 하는 모습을 봤다, 긍정적인 정서가 일시적으로 유발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놀라운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듯 모든 사람이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워하는지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정서는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진취성과 도전성도 향상해주어 침체된 마음과 무기력한 기분이 회복된다.

10대의 내담자가 여름방학을 맞아 `30일 챌린지'를 계획하고 싶다고 한다. 내담자가 처한 환경과 삶의 질은 어쩔 수 없는 것들이었다. 상담자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적 존중과 사랑을 통해 긍정적인 정서를 주려는 노력이었다. 아이는 `슬픔을 치료해주는 비밀의 책' 처방전처럼 무기력과 우울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고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먹구름을 뚫고 나오는 빛을 만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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