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수리 ‘마스크’
수리수리 ‘마스크’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1.07.2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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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막 들어오던 김 선생님의 미간이 씰룩합니다. “수업시간에 잠깐 마스크 내릴 일이 있었는데, 어떤 녀석이 날 보고 글쎄 `어? 아줌마네?'하지 뭡니까? 뭐 물론 당연히 제가 아줌마긴 하지만요~~ 하긴, 저도 오늘 점심시간에 아이들 마스크 벗은 모습 처음 봤는데 살짝 실망했으니 쌤쌤이네요” 옆에 계신 박 부장님도 한 말씀 하십니다. “난 애들이 내 모습에 실망할까 봐 절대 마스크를 못 벗겠더라고요.”

마스크가 정말 이상하지요? 마스크를 쓴 모습과 벗은 모습은 객관적으로 차이가 분명합니다. 대부분 결론은 마스크 쓴 모습이 훨씬 예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현상을 굳이 이론적으로 접근하지 않고서도 그 차이를 눈치 챘고, 그런 이유로 때론 일상에서 코로나와 관계없이도 마스크 벗기를 주저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모르는 영역, 감각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그 상상의 근거는 주로 내가 현실에서 경험한 것으로 좁혀집니다. 오늘날 보통 예쁘고 멋있다고 하는 대상은 대개 연예인이고 그들의 기준이 어쩌면 많은 이들의 이상적 외모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눈만 예쁘고 코나 입이 못생긴 사람들이 아닙니다. 눈, 코, 입 외에 모든 게 어울리게 조합된 하나의 이상형인 셈이고, 우리의 경험치가 때론 나도 모르게 그 기준에 다다릅니다.

마스크를 쓰면 기본적으로 코와 입, 그리고 턱선까지 가려지게 됩니다. 머리카락이 살짝 내려오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눈 근처만 살짝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눈'이라는 부분만 놓고 보면, 특별하게 잘 생길 이유도, 또는 유난히 못생길 이유도 없는, 어쩌면 얼굴 중 잘생김과 못생김의 구분이 가장 적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거기에다 대개는 안경도 씁니다. 만약 여성분들이 예쁘게 눈 화장을 하고 멋진 마스크로 눈 아래를 모두 가린다고 생각해봅시다. 대부분 사람은 상대방의 예쁜 눈을 보고 나머지도 `눈처럼 예쁠 것이다'라고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눈, 코, 입과 그리고 마스크가 잡아주는 턱선까지 조화롭고 예쁜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확률적으로 봐도 눈 하나만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이,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보다 훨씬 많을 테니까 말이죠. 그러니 일상생활에서도 마스크를 벗는 순간 우리는 상대방의 외모에 대해 실망하게 될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남, 여의 구분이 아니고, 인지적, 미적 영역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앞서 김 선생님과 아이들도 그동안 서로의 `눈'을 통해 상상 속 인물을 멋지게 그리고 있다가 갑자기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순간 당황했던 것뿐일 겁니다.

우리 집에서도 애들 엄마는 마스크에 대한 애착이 대단합니다. 마스크 쓴 모습이 예뻐 보인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 몰라도,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 박스를 들고 아파트 문밖에 나갈 때도 예쁜 마스크는 필수랍니다. 또 컴컴한 저녁나절 운동을 나설 때도 운동복에 어울리는 마스크 착용은 가장 중요한 사항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해 지겹기도 한 마스크 쓰기는 상황에 따라 현재의 나를 젊고 더 활력 있게 만들어 주는 신비한 `마술용품'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들도 교무실에서 한 말씀씩 하십니다. “큰일이네~ 점심시간에도 마스크 쓰고 밥 먹는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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