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란이요!
삶은 계란이요!
  •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 승인 2021.07.28 2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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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신찬인 충북도청소년종합진흥원장

 

`바람직한 교육방법'이란 주제발표를 하는 모임이 있었다. 발표자는 자료로 사진 2장을 준비했는데, 한 장은 화가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알을 바라보면서 캔버스에는 정작 새를 그리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교사는 학생을 보면서 학생의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한 장은 강가에서 어린 소녀가 낚시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인 듯한 남자가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처럼 부모는 아이들에게 물고기 잡는 것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믿고 지켜보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이어진 토론에서 한 질문자가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자녀의 진로에 대해 질의하였고,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어떤 분은 아이들의 적성이 중요하다고 했고, 어떤 분은 아이들은 아직 스스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 부모나 교사의 적극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발언할 차례가 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얼핏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의 일화가 생각났다. 그래서 아이들 진로라는 것이 `삶은 계란'과 같다고 말했다. 삶은 계란을 탁자위에 세워 놓으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것처럼, 아이들의 진로 또한 부모나 학생이 생각한 방향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계란이 굴러 가는 방향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보다는 상황에 직면해서야 그때그때 가야 할 길을 찾고, 또 새로운 꿈을 만들어 나간다고 말했다. 꿈도 적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상황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러고 나서 생각하니 `과연 적절한 표현이었나, 전문가들 앞에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되었다.

집에 오자마자 김수환 추기경께서 말씀하셨던 `삶은 계란'이 어떤 의미인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사연인즉, 추기경께서 열차를 타고 가면서 삶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삶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했다. 마침 복도를 지나던 판매원이 “삶은 계란이요.”라고 외쳤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도 엉겁결에 “삶은 계란이요.”라고 대답했다는 일화였다.

혹자는 추기경께서 농담을 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되었다. 어떤 이는 계란처럼 둥글둥글하게 살라는 뜻으로 해석했고, 어떤 이는 삶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라고 이해했다. 또 다른 사람은 병아리가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참된 삶을 살려면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부활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삶은 계란'이라는 난센스한 표현으로 삶이란 거창한 논제를 이끌어 낸 것이나, 계란의 동그란 외형을 보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얘기한 거나 크게 본질을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이제 여름을 벗어나면 바로 대학입시가 시작된다. 모든 입시생들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중에서도 검정고시 등을 통해 공부하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어려움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어떤 대학을 가야할지, 어떤 학과를 선택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이에 청소년종합진흥원에서는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학교 밖 청소년'에게 개별 상담을 실시했다. 그리고 입시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최근의 입시경향과 전략을 설명하고,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요령에 대해서 설명한다. 도내의 대학을 초청하여 학교 소개도 한다. 이제는 내 실력에 눈높이를 맞추어야 할 때다. 살다 보면 차선의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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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계란 2021-07-29 14:22:56
좋은 글이네요:)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