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마다 저주가 되풀이된다
40년마다 저주가 되풀이된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1.07.2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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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2020 도쿄올림픽'은 근대 올림픽 125년 역사상 가장 실패한 올림픽으로 기록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창궐로 1년을 연기할 때부터 망조의 기미가 역력했다.

개막식부터 망했다. 관객도 없고,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아베 전 총리도 없었다.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없었고, 일본의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없었다. 2024년 파리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만 보였다. 일본 스가 총리가 측은해 보였다.

개막식 행사는 해괴망측했다. 첫 장면부터 등장한 흉측스런 좀비, 시종일관 을씨년스러운 프로그램에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음산함을 더하면서 네티즌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장례식을 본 것 같다고 혹평했다.

덩치 큰 선수가 앉으니 구겨지는 선수촌 골판지 침대,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는 TV와 냉장고, 4~5인을 수용하는 방에 화장실이 하나 뿐인 것 등 허점 투성이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선수촌에 설치한 이순신 장군 현수막에 시비를 걸고, 우리 선수들에게 방사능 식재료를 먹이지 않기 위해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것에 태클을 걸었다. 마라톤 수영 등 수중 경기가 펼쳐지는 도쿄 오다이바 해변의 수질오염 문제를 각종 외신에서 보도하는데 한국 언론만 지적질을 한다고 생트집을 잡았다. 뭐든지 불리하면 우리나라 탓이다. 치졸함의 극치였다.

그동안의 행태로 봤을 때 일본은 이번 도쿄올림픽이 그럭저럭 무사히 끝나면 자화자찬으로 치장하겠지만 끝내 실패한 올림픽으로 막을 내리면 엄한 우리나라에 분풀이할 것이 눈에 선하다.

아직 10여일 일정이 남은 올림픽 기간 동안 일본의 극우 세력들이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일본은 동일본 지진의 대재난을 극복하고 코로나19로 빚어진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자국 국민 78%가 반대함에도 억지 춘향으로 올림픽을 강행했다. 그 결과 대회 진행 중에도 여전히 경기장 근처는 코로나19 대확산을 우려하는 자국민들이 연일 올림픽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스가의 망상이 나라 망신을 자초했다.

사실상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도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 4차 긴급사태가 발령 중이고, 일본 전역은 확진자가 연일 4000명을 웃돌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올림픽 관계자 수만도 100명에 가깝고,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 축구 대표팀 등 선수촌 입촌자 중에서도 확진자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전체 인구 20%에 그치고 있는 일본의 낮은 백신 접종률 역시 이번 도쿄올림픽 망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면초가로 발달된 제8호 태풍이 올림픽 개최 도시인 도쿄 앞바다까지 도달했다.

올림픽이 도중에 중단될 수 있다는 예견도 나오고 있다. 짐작하건대 빚 갚을 일만 남은 올림픽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도쿄 올림픽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고 있던 지난 1940년에도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대회를 3년 앞둔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전 세계의 비난 속에 올림픽 개최권을 반납했다.

40년 뒤인 1980년에는 소련에서 모스크바 올림픽이 열렸다. 소련 역시 대회를 1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미국을 비롯해 여러 서방 국가들과 아시아 국가들의 불참 속에 반 토막 올림픽을 치러야 했다.

망언 제조기로 유명한 일본 아소다로 부총리의 “올림픽은 40년마다 저주가 되풀이된다”는 말이 새삼 망언이 아닌 명언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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