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에어컨
쪽방촌 에어컨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1.07.26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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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수도권 중부지역의 온도가 섭씨 37도를 웃돌고 체감 온도는 40도를 넘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상황에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주말 도심 거리가 한산해졌다. 대부분 사람이 피서지로 갔거나, 아니면 에어컨 바람을 씌면서 ‘집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심한 더위에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두달 간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 수는 436명으로 이중 열사병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6명에 달한다. 특히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최근 한 주 간 사망자가 3명이나 된다. 일평균 온열질환 환자 수도 한달 전 3.5명에서 36명으로 급증했다.
각각 50대, 60대, 80대인 사망자 3명은 모두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 야외에서 일을 하거나 활동 중에 사망했다.
60대 남성은 16일 낮에 실외작업장에서 일을 하던 중에 의식을 잃었으며, 80대 할머니는 홀로 밭일을 하다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50대 여성은 길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던 것을 행인이 신고해 병원에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폭염은 건강 뿐 아니라 생업 현장에서도 위협이 되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의 경우 가동중인 현장이 멈춰서면서 졸지에 ‘실업’ 상태가 됐으며, 식당들도 사람들이 도심에서 탈출하면서 개점휴업 상태다. 수도권의 경우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3인 이상 사적모임이 금지되면서 많은 식당들이 문을 닫고 ‘휴가같지 않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얼굴이 활짝 편 곳도 있다. 바로 에어컨 등 냉방용품 제조 회사들이다. 무더위가 오래갈 것이라는 날씨 예보가 나오면서 에어컨 없이 살았던 집들이 에어컨을 사기 시작했다. 
특히 창문형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한 집에 하나 씩’이던 에어컨은 이제 ‘방마다 하나씩’이어야 하는 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집집마다 자녀들을 위한 ‘세컨드(Second)’, ‘써드(Third)’ 에어컨이 설치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창문형 에어컨은 무더위가 기승인데다 저렴하고 집 벽체를 뜷어서  설치해야 한는 실외기가 없다는 편의성 때문에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벌써 3배 이상 급증했다. 
폭염 정국에 지난 주말 가까스로 5차 재난 지원금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전국민의 87.8%가 1인당 25만원씩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거꾸로 말하면 12.2%가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는 얘긴데 여야합의에도 불구,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온다. 건강보험료를 지원 기준으로 삼다보니 소득 활동을 하지않는 ‘실질적’ 부자들이 지원금을 받게되고,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없이 전세 살면서 급여 소득만 많은 가구원들이 지원 대상에서 누락되는 경우다. 허탈해 할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부자들에겐 ‘고작’25만원인  재난지원금의 지급 범위를 놓고 몇달간 골머리를 싸맨 여야 의원, 관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었다.
우선 전국의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설치해 드릴 에어컨 구입비부터 떼어놓고 싸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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