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해결사 깜냥
고양이 해결사 깜냥
  •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1.07.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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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하은아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어릴 때부터 항상 집에 동물이 있었다. 강아지는 늘 있었고, 송아지, 닭 등 반려동물이라기보단 가축 개념의 동물이었다. 물론 마당을 서성이다가 쫓겨나는 도둑고양이들도 언제나 있었다. 그런 성장 배경으로는 동물을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어른이 되는 것이 순리겠지만 나는 동물을 좋아하지만 내 품에 품지는 못한다. 함께 생활하기에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먼저 생각나는 걸 보면 아직은 동물친구와 생활하기엔 부적합한 인격체이다.

그럼에도 고양이를 보면 귀엽고, 강아지를 보면 사랑스럽다. 초등학생 시절 동네 친구들과 새끼 고양이를 돌봐 준 적이 있다. 학교에서 우유를 가져와 먹이기도 하고 엄마 몰래 밥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분홍색 발바닥과 까만 점박이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30년도 더 지난 기억인지라 고양이를 언제까지 친구들과 함께 돌보았는지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도서 `고양이 해결사 깜냥'(홍민정 글, 김재희 그림, 창비, 2020년)은 어릴 적 그 고양이가 생각나는 사랑스런 동화다. 비 오는 날 불쑥 아파트 경비실을 찾아온 깜냥은 경비아저씨를 대신해서 형제끼리 있는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층간 소음을 해결해주고 택배 아저씨와 함께 택배도 배달해준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떠돌이 고양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깜냥은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거침없이 해결해 나간다. 뭐 대단한 일이냐는 듯 말이다. 그런 깜냥의 행동과 말에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깜냥 같은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사람들은 살면서 말에 온기를 종종 잃어버린다. 이 동화 속 어른들 간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하는 말이나 주민과 택배 아저씨와의 대화에선 날이 서 있다. 깜냥과의 대화, 어른과 아이와 주고받는 말에서만 배려와 따듯함이 느껴진다. 다 자란 우리는 왜 이렇게 차가운 언어를 주고받는 걸까?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줬으면 하는 것들이 많다. 의례 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당연히 했으면 하는 일들도 있다. 서로 표현하지 않은 체 오해가 쌓여서 그런 걸까? 모든 성인에게 온기 한 스푼 씩 선물을 주고 싶다. 그럼 서로 간의 갑질도 없어지지 않을까?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 어른이 더 많은 걸 배우고 느끼기도 한다. 이 책도 그렇다. 아이와 함께 수십 번 반복해서 읽어도 매번 다른 지점에서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깜냥의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만능 해결사처럼 내가 가진 편견과 습관적으로 쓰던 얼음장 같던 말을 벗겨주고 녹여줄 것이다.

오늘따라 사람들의 말이 차갑게 느껴진다면, 깜냥을 찾아보길 바란다.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듯이 해결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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