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그때도 지금처럼
19세기 그때도 지금처럼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1.07.21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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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요즘은 메타버스와 NFT 이야기가 넘쳐난다. 메타버스 시대가 왔다는 것은 우리의 무한한 상상력과 표현이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세계에 적용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다시 한번 `르네상스'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NFT'는 가상자산의 희소성과 유일성이라는 가치를 활용해 예술작품의 거래를 활발하게 해줌으로써 2021년 현재의 전 세계 작가들에게 신대륙을 펼쳐주고 있다. 이러한 NFT라는 신대륙의 발견은 기존 작가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미술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전통적 방식의 미술 시장에서는 작가가 어떤 갤러리에서 전시했는지, 어떤 전시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작품 가격이나 작가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NFT 미술시장에서는 기존 전통 미술시장에서처럼 갤러리의 영향력이나 전시 이력의 영향력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NFT 시장에서 작가들은 스스로 플랫폼을 찾아가서 판매수수료의 2~5%만 제공하고 직접 작품 마케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 3월 이후 이미 수백 명의 한국의 신진 작가들도 NFT 시장에 들어가 작품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작품 판매수익을 작가가 다 가져갈 수 있다 보니 NFT 작가는 작품 활동 외에도 트위터, 인스타그램, 디스코드 등에서 스스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 NFT 작품 컬렉터들은 대부분 SNS를 통해서 작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NFT 플랫폼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배워 나가야 한다.

필자 역시 몇 군데 플랫폼에 NFT 작품을 올리고, 디스코드에서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트위터 스페이스라는 오픈채팅방에서 해외 여러 NFT 작가와 플랫폼 담당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특히 이런 다양한 오픈채팅방에서는 NFT 작품과 기존 작품에 대한 차이와 작품이 담고 있는 서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캔버스에 평면회화를 미술시장의 전부로 알고 있던 기존작가들과 디지털과 픽셀아트, 애니메이션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NFT시대 작가들 간의 논쟁 역시 치열하게 이뤄지는 편이다.

NFT 시장에서는 아무래도 mp4 또는 anigif 등의 움직이는 디지털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예술로 취급받지 못하던 다양한 포맷들도 NFT 시장에 작품으로 나오고 있다. 필자가 보기엔 작품이 담고있는 서사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것들도 다수로 보여지고 새로운 형태의 개념미술을 말하기에는 그냥 무개념의 작품들이 많다고 느껴지면서 예술성이 사라져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필자는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등장이 떠올랐다. 예술 작품 속에는 그 시대의 시대적 배경과 문화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인상주의가 등장한 당시는 산업 혁명과 시민 혁명 이후 자유로움과 개성이 중시되던 때로 고전의 틀을 부수고 전통처럼 내려왔던 회화 기법을 거부한 시기다. 당시 시대를 변화시킨 최첨단 발명품인 기차, 튜브물감, 카메라는 인상주의의 태동을 끌어냈다. 인상주의 초기, 기존 예술 시장에 받아들여 지지 않던 당시 그들의 작품들이 마치 지금의 NFT 초기 작가들의 작품들과 오버랩이 된다.

필자는 이미 기존 예술세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 시대는 메타버스와 NFT 같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예술세계가 우리 앞에 와 있다. 19세기 바로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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