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산소 같은 존재인가?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산소 같은 존재인가?
  •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 승인 2021.07.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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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김태선 충북자연과학교육원 창의인재부장

 

얼마 전 미얀마 시민이 겪고 있는 `산소 대란'을 전하는 뉴스를 보았다. 코로나 병상이 꽉 차서 집에서 치료해야 하는 시민들이 새벽부터 의료용 산소통을 들고 산소 공장 앞에 긴 줄을 서 있는 기사였다. 또 어떤 감염내과 의사는 죽은 자들의 무덤보다 산소를 기다리는 환자의 헐떡임이 더 고통스럽다고 하였다. 가슴을 울리며 깊게 저며 드는 글이다. 그렇다면 산소통에 순수한 산소만 가득 채울 경우, 오히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혈액(엄밀하게는 혈액에 존재하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 분자)은 폐 속에 있는 산소를 잘 캡쳐해서 산소가 필요한 몸속 곳곳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보통의 공기보다 산소의 농도가 훨씬 높은 공기를 들이마시면 폐 속에 들어 있는 산소는 혈액이 산소를 캡쳐하는 능력을 넘어서 버린다(BBC Science Focus Magazine). 그래서 이 고농도 산소들은 폐 표면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하여 중추신경계의 작동을 방해하거나 망막을 공격하기도 한다. 산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달리 공기를 과호흡했을 때는 어지러울 수 있으나(어지럼증은 낮은 이산화탄소 수치 때문) 다른 문제가 없지만, 산소를 그렇게 16시간 이상 들이마시면 폐 손상이 생기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사실 잠수부들이 사용하는 것은 산소통이 아니라 공기통이다. 수중에서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질소나 헬륨이 포함된 공기통이 필요하다. 산소의 압력을 줄이기 위해 다른 기체를 같이 넣어준다. 질소를 사용한 경우 물속 수압으로 인해 압력이 증가하면 질소가 혈액 속에 더 많이 용해된다. 이는 술 취한 것 같은 질소 마취 상태가 되어 위험을 초래한다. 그래서 헬륨이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헬륨은 비활성인데다가, 혈액 속에 녹아 들어가는 것도 산소나 질소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비행기를 타면 항상 이륙할 때 진행되는 안전교육에서 산소마스크를 쓰도록 설명하는데 비행기 위쪽에 산소통을 숨겨놓았나? 그 무거운 산소통을? 비행기에서는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탑승을 시켜야 하고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승객 한 명, 한 명마다 무거운 산소통이 위에 있다고? 항공사 입장에서 보면, 수익 면에서 이로울 게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위급상황 시 위에서 내려오는 마스크는 산소마스크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면 바깥에 있는 공기가 들어오게 하는 건가? 아니다. 지표에서 높은 곳에 떠있는 비행기는 낮아진 공기의 압력으로 인해 산소가 부족하다.

사실 산소가 부족한 높이에서 산소통도 없이 산소마스크를 지급할 수 있는 비밀은 화학식에 숨어 있다. 산소가 풍부한 염소산칼륨(KCIOз)이나 염소산나트륨(NaCIOз)은 열을 받으면 산소를 공급하는 물질이다. 이러한 물질을 점화기와 같이 설치하여 산소를 공급할 수 있다. 마찰이나 충격으로 쉽게 반응하면서 열을 발생시키면 많은 양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비행기에 산소통이 없는 이유이다.

나는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산소 같은 존재인가? 아니면 산소를 내놓는 물질이 점화될 수 있도록 따뜻함을 주기라도 하는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그렇지 못했음에 또 한 번 가슴이 저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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