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충청논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10 2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통분담 서로상생
강 태 재 <충북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결국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빚어지면서 큰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인해 발생한 이랜드그룹 유통계열사 홈에버 전국매장 점거농성은 앞으로 전개될 비정규직 문제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지난 해 12월, 세계인권의 날에 즈음하여 충청타임즈에 게재했던 필자의 칼럼 '인권의 날에 비정규직을 생각한다'에서 지적했던 그대로 비정규직 '보호법'이 '해고!'법으로 둔갑해 버리고 말았다. 법 제정 취지처럼 노동현장에서의 차별 시정과 정규직 전환은커녕 해고 아니면 외주업체로의 전직을 강요하는 해고촉진법이 되고 있지만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기업들이 단기 경영 효율을 내세우며 법의 허점을 파고드는 것을 탓하기 전에 허점투성이 법을 만든 정부와 국회의 잘못이 더 크다.

허점투성이 구멍뚫린 법이 아닌 근본 해결은 노사정대타협을 통한 사회협약에 달려있다. 현 정부나 정치권에는 기대할 바가 없지만, 노사정대타협의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 병원 노사가 산별교섭에서 정규직 임금 인상분의 3분의 1 가량을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쓰기로 합의한 것에서 싹이 보인다. 지난 번 칼럼에서 필자는 "비정규직문제의 본질은 기업의 경쟁력문제로서, 비정규직에게 정상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부족한데에 있으므로 당연히 해결방안도 임금 지급에 있다. 노사정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을 대전제로 하여 연차적으로 추진하되 첫째,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상승분에서 일정금액을 비정규직 몫으로 양보하고, 사용자 또한 이에 상응하여 비정규직 임금을 연차적으로 인상하여 목표연도에 이르면 차별이 없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정부는 목표연도까지 사회안전망을 선진국 수준으로 구축함으로써 실업의 불안을 해소한다. 셋째, 이렇게 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이 없어지게 되고 사회안전망이 갖추어질 때 노동시장유연성을 받아들임으로써 노사정이 함께 고통을 나누고 서로 상생하자"는 것이었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회가 합의한, 정규직 임금 인상분 3분의 1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시정 그리고 처우개선에 쓰기로 한 것은, 바로 필자의 주장 첫 번째 항목의 절반을 충족하는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가 먼저 양보한데 대해 사용자의 화답이 따라야 한다. 사용자인 기업은 단기 경영 효율에만 집착하다가는 더 큰 것을 잃게 된다. 일본은 비정규직이 급증하면서 국내총생산(GDP)이 1.7% 감소됐고, 13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더라도 그러하며, 비정규직 양산은 기업경영측면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가 노사정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사회협약(Social Pact)을 체결해 경제회복, 노사협력, 고용안정, 외자유치를 달성했던 것처럼, 우리도 비정규직보호법 아닌 비정규직해고법을 처분하고 노사정대타협으로 사회협약을 이끌어 낼 수는 없을까. 정부와 국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다면 대선에서는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