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회사문 앞에서 멈춘다
민주주의는 회사문 앞에서 멈춘다
  •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 승인 2021.07.19 2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오승교 충북교육문화원 사서

 

입사 후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이 있다. 누가 우리 부서의 팀장인지, 차석은 누구인지 동기는 누구인지, 동기가 확인되면 동기끼리는 나이를 확인한다.

모든 조건이 내가 막내임이 확인되면 시키는 사람은 없지만 당연히 맡게 되는 업무가 있다. 아침에 물이나 커피 당번, 식당에서 숟가락 놓기 등 각종 잔심부름은 막내 역할이 된다. 한 번도 이 문화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가끔 나보다 상사나 선배가 도와주면 일을 대신 해주었다는 마음으로 매우 감사하게 생각했다.

도서 `민주주의는 회사문 앞에서 멈춘다'(우석훈 저)는 너무나 만연해서 잘못된 지 모르는 다양한 직장에서의 문화를 꼬집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민주주의를 이뤄낸 우리나라지만 회사문 앞에서는 아직도 민주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 선배 문화, 군대식 직장 문화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선배 문화, 기수 문화 등은 일본식 문화이지 우리의 전통이 아니다.

“1991년 광고회사 덴츠 사의 입사 2년차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일본 법원은 이 사건을 과로 자살로 봤고,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로부터 과로 자살은 과로사로 봤고, 회사의 책임을 물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회사 업무로 인한 과로사에 대한 책임을 회사에 물은 판례를 들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살기 위해 직장을 찾았는데 죽기보다 힘든 곳이 돼버렸다. 회사 업무에 있어서 민주적으로 일이 이뤄졌다면 과로사의 확률이 지금보다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교장은 단지 학교의 리더이다. 국어, 영어, 수학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사가 있듯 하나의 역할이 교장이다. 따라서 각 담당교사가 교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동등한 위치이다. 우리 학교의 환경은 아직 평교사-부장교사-교감-교장 등 다양한 결재라인이 정해져 있어 계급화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의 개성을 발휘하기 어렵고 다양한 의견 수렴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많이 민주화되고 담당자의 의견과 결정이 중요시되고 있다. 미국의 문화처럼 각자의 동등한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토론을 통한 의견이 결정된다면 훨씬 더 민주적인 학교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불공평한 직장 민주주의를 말하고 있다. 읽는 내내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는 나이에 따른 예의를 중시한다.

단순히 모든 상황을 민주주의로 해석하기엔 무리한 부분이 많았다. 직장 민주주의 가장 핵심은 상급자 또는 선배가 될수록 더 겸손해야 한다. 팀원들을 자신의 하급자가 아닌 동등한 위치의 사람으로 먼저 대한다면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 우리 부서의 선배 또는 팀장이라면 후배 또는 팀원들을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쯤은 막내가 돼보길 추천한다. 소통에 있어 먼저 행동하는 선배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진정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직장 앞에서 민주주의는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