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립미술관 건립 생각의 간극을 줄여야
제천시립미술관 건립 생각의 간극을 줄여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7.19 1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제천시가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지역예술계와 갈등을 보이고 있다. 제천시가 시립미술관을 건립하면서 닥종이 인형을 테마로 한 미술관 조성사업으로 가닥을 잡자, 공공기관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며 지역미술인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제천시는 2018년부터 독일에 거주 중인 김영희 작가의 닥종이 인형 작품을 테제로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를 성사시키려고 관계자들이 독일을 방문해 작가와 협약을 맺고, 미술관 건립 필요한 작품 전시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미술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국비신청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지역미술인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지난 13일 제천미술협회와 미술관련 협회들은 `제천시립미술관의 올바른 건립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미술관 건립 백지화와 재추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미술관 건립 과정의 문제점으로 지역미술인과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행정을 지적했다.

또 개인의 작품으로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공공미술관의 역할과 맞지 않다며 무늬만 공립미술관일 뿐 사립미술관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10억원의 예산으로 작품을 구매해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것이 공공성과 투명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다.

4년 가까이 미술관 건립을 추진해온 제천시는 국비 확보만 남겨둔 상황에서 돌출된 반대 의견에 적잖이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나름대로 건립 방향과 운영 방식에 대해 지역예술인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생각한 상황에서 지역예술인의 요구는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천의 미술협회를 제외한 타 장르의 협회들은 미술협회와는 또 다른 입장문을 19일 발표했다. 이들은 `시민 문화향유권 증진, 침체한 원도심 활성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천시는 시립미술관 건립사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술협회만이 아닌 모든 문화예술이 공유되는 장소로 제천시립미술관 건립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제천시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역예술계가 의아하기도 하지만, 찬반이 엇갈리고, 엇갈린 의견의 표출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문화시설기반이 부족한 충북 도내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기는 것은 두손들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한 사업을 두고 관점에 따라 찬반으로 갈리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더구나 예술이라는 울타리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사안임에도 서로 다른 입장문으로 대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지역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 예술활동을 이어갈 예술인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지역에 미술관 하나가 건립되려면 많이 이들의 노고가 필요하다. 예산을 확보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전문가들과 행정가들 사이에 의견이 어긋나고, 구설도 따른다. 그만큼 어렵게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만들어 놓고 좋은 예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만들어 놓고 시민들이 찾지 않는 공간이 된다면, 그 역시 예산낭비다.

찬성과 반대라는 대응이 아니라, 이해하고 설득시키고 함께하는 의미로 제천의 명소를 만들기 위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술관 건립 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모두 함께 논의에 참여해 생각의 간극을 줄이는 방안으로 미술관건립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