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離別
이별 - 離別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 승인 2021.07.1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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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박사

 

강의를 나가서 가끔 하는 썰렁한 멘트가 있습니다. “아침에 여러분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지개를 켭니다. 누워서 체조합니다. 화장실에 갑니다. 물을 마십니다.” 사람들의 대답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눈을 뜹니다.” 가끔 폭소가 터지기도 하고 때로는 실소가 나오기도 합니다.

눈을 뜨는 것은 붙어 있던 눈꺼풀이 서로 이별하는 것입니다. 눈꺼풀이 이별해야 세상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눈을 뜨고 나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안락한 침대에 누워 계속 잠을 잘 것인지? 아니면 일어나 화장실로 갈 것인지? 안락하고 편안한 침대의 유혹은 너무 강해서 한참 동안 더 침대에 누워 뒤척입니다.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 침대와 이별해야만 화장실로 갈 수 있습니다. 화장실 변기와 이별해야만 세면대로 갈 수 있고, 세면대와 이별해야만 식탁에 갈 수 있습니다. 식탁과 이별해야만 거실로 갈 수 있고, 거실과 이별해야만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있는 곳이 편안하고 좋다고 이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눈을 감고 살아야 합니다. 침대에서만 살아야 합니다. 화장실에서만 살아야 합니다. 세면대에서만 살아야 합니다. 식탁에서만 살아야 합니다. 거실에서만 살아야 합니다.

이별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새로움과 만나는 시작입니다. 부모님을 사랑한다고 해도 곁을 떠나야만 독립된 어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이별은 애벌레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는 과정처럼 우리를 더 큰 세계로 나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어쩌면 우리 삶 자체가 이별을 전제로 하는지도 모릅니다. 태아는 어머니와 이별해야 세상에 나올 수 있고, 어린이는 스스로와 이별해야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삶과 이별해야만 더 큰 세상으로 나가게 됩니다. 이별은 아픔이지만 만남의 새로운 기쁨이 됩니다.

우리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계속 같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매일 다니는 길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나쁜 행동이나 습관과 이별하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머물면서 같은 고통을 계속 겪습니다. 이제는 사랑의 기술보다 이별의 기술이 더 필요합니다. 나쁜 행동과 이별하지 못하고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습관은 삶의 프로그램이 됩니다. 프로그램이 상황과 만나면 잘못을 또 반복합니다. 삶의 악순환이라는 굴레에 갇힌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운명으로 핑계를 대거나 잘못 때문에 벌을 받는다는 왜곡된 인과로 돌립니다.

삶의 잘못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려면 이별해야 합니다. 이별하려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매여 있는 나, 놓지 못하는 나, 쥐고 있는 나, 묶여 있는 나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가두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이미 지난 시간의 왜곡된 인식과 기억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과 만날 때 우리는 이별할 수 있습니다. 벗어날 수 있습니다. 풀려날 수 있습니다. 이별의 연습이 행복한 삶의 수행법입니다. 묵은 습관과 이별하세요. 반복되는 불평과 이별하세요. 미움과 이별하세요. 불안과 이별하세요. 가진 모든 것들과 이별하세요. 그래야 새로운 행복과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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