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전 10기의 간절함
9전 10기의 간절함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1.07.14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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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드디어 메시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1일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전 9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2021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이 펼쳐졌다. 경기가 열리기 전 다수의 전문가는 브라질이 자국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에서 항상 우승해왔다는 점과 홈그라운드의 이점, 아르헨티나보다 탄탄한 선수단 구성을 들어 브라질 우승을 예측했다. 선수 개인의 플레이가 강조되는 남미 축구의 특성상 탄탄한 선수단 구성은 우승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기도 했다.

뒤집히는 것이 경기의 묘미라고 했던가? 결과는 달랐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21분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앙헬 디마리아가 빠른 스피드로 브라질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선제골로 앞서갔다. 브라질의 반격이 거셌지만 아르헨티나는 선제골을 지키면서 무실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메시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고 두 손을 모은 채 기쁨을 만끽했다. 실로 9전 10기의 순간이었다.

메시에게는 아르헨티나의 국가대표로 국가대항전에서 매번 무관에 머무르는 징크스가 있었다. 물론 메시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하지만 28년 동안 무관이 이어지면서 메시에게는 부담이었다. 코파 아메리카는 이전까지 다섯 번 출전해 준우승만 세 차례를 했다. 특히 2015년과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는 칠레를 두 번 연속 만나 모두 승부차기로 졌다. 2016년 자신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우승에 실패한 메시는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을 정도로 부담과 충격은 컸다. 대통령까지 나선 설득으로 그의 은퇴는 번복됐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클럽에서는 우승컵만 35차례나 들어 올린 그가 국가대표로만 나서면 우승과 멀어지는 현실에 그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가 2020년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12일 우리나라 시각으로 새벽 4시 영국 런던의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에서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서 3-2로 이탈리아가 우승했다. 코파 아메리카와 마찬가지로 유로 2020 역시 전문가들은 잉글랜드의 승리를 점쳤다. 결승 진출이 결정된 후에 `Football is coming home'이라는 구호를 내걸 정도로 축구 종주국임을 자처한데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뒤집혔다.

예상을 뒤엎는 우승에는 이유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에게만 의존되어 있던 팀 분위기가 다양한 선수기용으로 살아났고, 특히 지지 않는 축구라는 실리적인 전술이 돋보였다. 이탈리아는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해 경기의 흐름을 이끌었고 특히 MVP로 뽑힌 골키퍼의 선방이 무엇보다 좋았다. 보이지 않는 이면에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둘의 공통점 한 가지는 간절함이다. 메시가 28년간 우승하지 못한 아르헨티나의 간절함, 축구가 종주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이른 승리 평을 내놓았던 잉글랜드에게 `축구는 로마로 오고 있다(It`s coming Rome)'고 역공을 날린 이탈리아의 간절함, 두 나라는 간절함으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코로나19가 변이바이러스로 최대 인원을 경신하며 맹위를 떨친다. 바이러스에 진 것처럼 무기력해지고 힘이 빠질 때가 있다. 열심히 개인 방역에 힘써왔는데 말이다. 그러나 좀 더 힘을 내본다. 축구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힘을 내! 이길 수 있어! 혼자가 아닌 함께 다시 노력해보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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