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소규모 학교도 일률적 ‘셧다운’...학력격차 우려
코로나 확산 소규모 학교도 일률적 ‘셧다운’...학력격차 우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7.1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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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학교 재학생 상당수 긴급 돌봄 참여 ‘실효성 의문’
교사들 "교실서 긴급 돌봄 챙기랴, 원격수업 하랴 이중고"

학교 "자율로 탄력적 운영", 교육부 "4단계 상황 예외 어렵다"



경기 여주시 이포초등학교 하호분교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체 재학생 수가 23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다.



농촌에 소재한 작은 분교이지만, 1952년 설립돼 올해로 개교 69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리적으로 북여주에 위치한 이 분교는 교정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지상 2층짜리 교사(校舍) 전체가 울창한 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다.



학교 건물 뒤편으로 해발 335m의 주봉산이 자리잡고 있으며 해발 200~300m의 양자산과 무태산이 학교 맞은편과 옆쪽에 터를 잡고 있다.



학급은 1·2학년, 3·4학년, 5·6학년이 각 1개 반을 이뤄 수업을 하는 3복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 반에 8~9명씩 배치돼 있다.



행정구역상 여주시에 속하지만 여주교육지원청과 여주시청 등 행정관청이 몰려있는 홍문동 시내와 직선거리로 16㎞ 가량 떨어져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교통접근성도 낮다. 일반 도로를 따라 자가용으로 이동해도 30분 넘게 걸린다.



코로나19 이후 이날까지 이 분교에서는 학부모 및 재학생 가운데 확진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약 3㎞ 떨어져 있는 본교도 마찬가지다.



이 분교는 16일 여름방학을 앞두고 전날인 12일부터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갔지만, 재학생 21명(91.3%)이 돌봄 형태로 학교에 나오고 있다.



원격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 1명은 개인적 사유로 장기 결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이 분교에서는 돌봄 학생을 위한 비대면 수업과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이용한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교사가 진행하고 있다.



본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42명이 재학 중인데 절반 넘는 학생이 돌봄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방역당국 심정도 이해가 가지만 소규모 학교는 어느 정도 재량권을 줬으면 좋겠다"며 "학생 수가 적어 책상 칸막이 설치는 물론 학생 간 거리두기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고 방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에 따라 소규모 학교까지 일률적으로 포함시켜 원격수업을 적용하면서 학사 운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일선 학교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수도권 거리두기 개편안 4단계 격상을 결정하면서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전면 원격수업이 적용됐다.



다만 풍선효과가 적은 인천의 경우 강화·옹진군은 새로운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유치원·학교 2만512개교 중 4282개교(20.9%)가 등교를 중단했다. 전체 4282개교 중 3577개교(83.5%)는 경기도 소재 학교, 350개교는 인천 소재 학교들이다.



올해 매일 등교하던 유치원이나 초등 1·2학년, 소규모 학교, 고3, 직업계고도 14일 등교를 중단한다.



교육당국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과 대부분 마무리된 중·고교의 학기말 평가 일정을 고려할 때 각급 학교에서 최대 2주간 원격수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는 이 기간에 학부모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긴급 돌봄에 준하는 초등 돌봄을 비롯해 유치원은 돌봄이 필요한 유아를 대상으로 방과후 과정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불가피한 경우 학년별 시간·동선 분리 등 밀집도 최소화 조치를 전제로 등교를 허용했다.



그런데 교육당국이 거리두기 4단계 원격수업 적용범위에 소규모 학교를 넣으면서 한 교실에서 돌봄 학생을 위한 비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소규모 학교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돼도 학교 규모별 사정을 고려해 등교수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 자율권을 부여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성시 팔탄면이 농촌형 학교인 월문초등학교 역시 본교 재학생 67명 가운데 23명이 돌봄 등을 신청했다. 1학년은 13명 중 8명이 등교했다. 3분의 2정도는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 학교 측은 "온라인 수업으로 밀접도를 최소화한다는 데 사실 전체 등교와 크게 다를 게 없다"며 "돌봄 학생과 원격 수업을 받은 학생을 병행해야 하다보니 교사는 두 배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권에 소재한 다른 초등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전체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기는 했는데 소규모 학교의 경우 지금 사실 애들 다 등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대면수업이면 아이들 모두를 하나하나 지도할 수 있는데 애들을 앞에 두고 온라인 수업을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작은 학교의 경우 방역이 수월하고 거의 완벽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재량으로 맡겨주는 게 맞다고 본다"며 "만약 2학기에도 4단계가 적용될 경우 도교육청이나 교육당국에 의견을 내서라도 소규모 학교에 교육공동체 의견을 수렴해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 수도권 교육 역차별 사례로 언급되는 지역이 울산광역시다. 지난 4월 기준 인구 수가 112만8163명인 울산시는 이날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2954명이다.



인구수 규모로만 봤을 때는 수원(118만6000명)·고양(108만1000명)·용인(107만7000명)·성남(93만2900명) 등 수도권 대도시와 비슷한 규모다.



울산시는 비수도권에 포함돼 거리두기 1단계 적용을 받으면서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 외에는 밀집도 원칙을 지켜 등교가 가능한 상태다.



도내 31개 지자체 가운데 여주를 포함한 가평·안성·포천시 등 총 4개 시·군은 14일 0시 기준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이 코로나 상황에 맞춰 방역 조치를 강화하는 만큼 지역 여건과 학교 규모에 따라 학생 간 학력 격차 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좀 더 세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남기 광주교육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의 엄중함은 알지만 소규모 학교의 경우 코로나 상황에 관계 없이 학교구성원 판단에 따라 등교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줄 필요성이 있다"며 "이것이 교사의 부담도 줄이고 학생들의 학습 결손도 막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경우는 일률적으로 방침을 적용하는 것이 편하겠지만 현재 기초학습 부진, 학습결손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처럼 교육적 여건에서 소외된 학교들의 경우 등교를 일부 허용해주는 게 오히려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대식 경인교육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수도권 학교들이 전부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는데 100여 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와 같은 특수한 상황은 교육공동체 합의에 따라 일부 예외적으로 등교를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며 "다만, 그렇게 운영되다 확진자가 나왔을 때 교육당국과 학교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거리두기 단계별 밀집도를 정한 게 각 거리두기 단계가 상정하고 있는 감염병 확산 추세에 맞춰 등교 인원을 결정한 것"이라며 "3단계까지는 소규모 학교의 경우 교육공동체 의견 따라 전체 등교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던 것이지만 4단계의 경우 전체적 감염병 상황이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에 아무리 소규모 학교여도 예외를 두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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