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자유
코로나19 속 자유
  •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 승인 2021.07.1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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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김진균 청주봉명중 교장

 

요즈음 우리는 코로나19로 많은 생활 규제를 받고 있고,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할수 없음'이라는 문제로 어느 때보다 자유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노래 제목도 있긴 하지만 자유에 대한 구속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본다.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을 되돌아보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외적 통제도 받지만 스스로가 만든 내적 규제로 인해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기도 한다. 우리는 외적 규제를 받게 되면 불편함을 느끼고 어떻게 해서든 이러한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하지만 스스로 만든 내적 규제에 대해서는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있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문제 의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읽었던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소설 <자유의 길>이 생각난다. 주인공 마티외는 마르셀이라는 여자와 7년 정도 계약 동거를 했고, 갑자기 아이가 생긴다. 아이가 생기자 마르셀은 마티외와 결혼할 생각을 한다. 그러나 마티외는 돈을 훔쳐다 주며 마르셀에게 아이를 낙태할 것을 권한다. 이런 마티외의 행동에 화가 난 마르셀은 마티외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 사실 마티외는 아이를 낙태하고 결혼을 하려고 했던 것인데, 마르셀이 마티외의 마음을 오해했던 것이다. 이런 소설 내용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주인공 마티외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결혼을 할 생각을 했다면서 왜 힘들게 돈을 훔쳐다 주면서까지 아이를 낙태하려고 한 것이지. 그냥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 될 텐데...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좀 더 진행시켜 보면 마티외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아이가 생겨서 마르셀이 생각했던 것처럼 결혼을 하였고, 그러다 권태기가 찾아왔다면 두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아이만 아니었으면 저 사람과 결혼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후회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마티외의 생각대로 낙태를 하고 결혼을 했다면 그리고 권태기가 찾아왔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두 사람은 우리가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지금은 권태기가 찾아와 어려움이 있지만 예전에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랑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 최소한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금의 상황을 아이 때문이라고 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유로운 선택, 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후회를 줄이는 중요한 한 방법이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적, 공간적 제약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까지 많은 외적 제약을 받고 있다. 분명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1년이라는 오랜 기간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이를 참지 못하고 일탈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곤 한다. 분명 외적 규제는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답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우리는 더 참아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내적 규제를 줄여 볼 것을 제안해 본다. 내적 규제는 암세포처럼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긴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내적 규제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이는 외적 규제로 삶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삶의 영역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을 반성하는 의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틀 속에서 사는 삶을 편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틀을 깨트리는 것을 싫어하거나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를 원한다면 과감히 그 틀을 깨야만 한다. 이 세상에 깨트리지 못할 사고의 틀은 없다. 이를 위해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외쳤던 것이다. 나도 오늘부터 목을 조이고 있던 넥타이부터 벗어 던져 본다. 나의 자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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