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헛발질" "피해 책임져"…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에 시장 '부글부글'
"또 헛발질" "피해 책임져"…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에 시장 '부글부글'
  • 뉴시스 기자
  • 승인 2021.07.13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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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2년 의무거주' 1년만에 없던 일로
"못 믿을 정책" 정부 비판 목소리 잇따라

쫓겨난 세입자, 수리한 집주인 불만 쇄도

전세시장 효과 두고 전문가 의견 엇갈려

일각에선 노원구 등 갭투기 기승 우려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지역 늘어날 듯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였던 집주인들과 이로 인해 거주지를 옮긴 세입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2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삭제 한 채 통과시켰다.



정부가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를 예고한 후 1년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재건축 단지 투기수요 차단이라는 본래 취지 보다 세입자 주거 불안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정비사업 투기 자금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정안을 도입하려 했는데 오히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쫓으면서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한 것"이라며 "투기 자금 유입 방지의 경우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것들은 극복하기 어려우니 빼고 가자는 쪽으로 합의가 됐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이 재건축 실거주 의무를 1년 만에 없던 일로 되돌리면서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정부 정책을 믿고 실거주에 나선 집주인이나 그로 인해 거주지를 옮겨야했던 세입자들은 정부의 행태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분노한 피해자들의 원망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오래 살라던 집주인이 갑자기 실거주 한다고 해서 지난달에 쫓겨나듯 이사를 했는데 이제와서 되돌린다고 하니 어떻게 보상을 받아야 하냐"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다른 누리꾼은 "실거주하려고 4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하고 들어왔는데 1년 만에 다시 철회한다니 어의가 없다"며 "무슨 정책을 이런 식으로 추진을 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정책 자체를 불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누리꾼은 "정부가 뒤통수 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 이번에는 진짜 믿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만약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다시 말 바꾸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쫓겨난 세입자만 불쌍하다"며 "정부가 이사비용 물어주고 책임져라"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시뮬레이션 없이 정책을 추진해 시장 불안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6·17 대책이 발표된 후 작년 말부터 미리 움직였던 수요가 적지 않았고 임대차3법과 맞물리면서 전세가격 상승에 많은 부담을 줬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작 피해는 서민들이 입은 것이라 정부의 정책 추진에 세밀함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전세시장에 미칠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견해가 나뉜다. 재건축 단지 실거주 의무가 전세시장 불안 요인 중 하나였던 만큼 이번 철회 결정이 전세시장 수급에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 반면 이미 집주인들이 대거 입주했기 때문에 전세 시장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그동안 재건축 단지 의무 거주 요건으로 인해 전세 공급이 줄어들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전체적인 전세시장 수급 흐름 개선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2년 실거주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보낸 뒤 공실로 남겨둔 사례가 많은데 다시 세입자를 들이면서 전세 공급에 일부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윤 수석연구원은 "전세불안 해소에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행을 앞두고 이미 움직일 수요는 많이 움직였다"며 "공실로 비워뒀던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받을 수 있지만 갱신 계약이 아닌 신규 계약이 적용되는 만큼 그 자체로 전세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강북의 재건축 단지들은 예고됐던 규제가 사라지면서 일부 투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부동산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라면 갭으로 구입하는게 수월해졌다", "투자 전략에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예고된 규제가 사라지면 노원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지역의 일부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기승을 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는 지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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