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통일부 폐지론을 지켜보며
여가부·통일부 폐지론을 지켜보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1.07.12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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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지민 부국장
연지민 부국장

 

정치권이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두고 연일 십자포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쏘아 올린 여가부 폐지 주장이 통일부 폐지론으로 이어지면서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전개되고 있다.

두 부서의 폐지론을 거론한 이 대표는 여가부는 빈약한 부서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를 들었고, 통일부는 부서의 실질적인 역할과 실적이 모호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이 말의 파장은 간단치 않다. 여가부 폐지론은 자칫 남녀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비치면서 갈등의 소지를 낳고 있고, 남북 긴장 상황에서 통일부 폐지론은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과 정의당은 젠더 갈등을 부추긴다며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표밭 우려로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야 모두 정권을 잡느냐, 내어주느냐의 사활 건 선거를 의식해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부서 폐지론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기미가 보이자 이 대표는 작은정부론으로 우회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작은정부론이 어떤 방향으로 여론을 끌고 갈지는 모르지만,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민심의 향배에 따라 전략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의 주장에 대해 국정 경험이 없는 대표의 발언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하고, 젊어서 정치공학적 계산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한 발언이라는 평가도 있다. 진영에 따라 평가도 상대적일 수 있지만, 여가부 폐지 여론조사 결과 찬반 비율이 팽팽했다는 발표를 보면 내년 대선에서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부서 폐지 주장보다 파장의 수위는 낮지만 작은정부론도 마찬가지다. 작은정부론은 정부의 효율성을 위해서 낭비적인 요소가 있는 부서를 과감히 없애고, 모든 경제 부문을 시장 경제에 맡기자는 견해다. 그러나 부처를 통·폐합한다고 정부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될지는 의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사회구조가 어떻게 급변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부서의 역할 축소는 현실적으로 묘안이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인공로봇이 산업 영역을 잠식해 가는 상황을 볼 때 일자리는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할 것이 분명하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대다수의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직업을 빼앗긴 사람들의 일자리까지 연계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공공기관의 근무자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는 방안을 통해 실핏줄 같은 복지정책을 만들고 강화해나가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작은정부론이 힘을 받으려면 제1야당으로서 작은 정부가 지향하는 가치와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공공의 안녕과 사회질서와 같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작은 정부가 되려면 불평등한 한국 사회구조의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논란이 가벼운 공약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선거를 위해, 선거에 따라 존치와 폐지가 결정돼선 안 된다. 부서의 역할과 효율성을 깊이 따져봐야 하고, 특히 세심한 정책이 필요한 현 시대성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국가운영 플랜을 세워야 한다.

국민의 표심은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에 설득당하지 않는다. 균형을 추구하면서도 이성적인 판단으로 표심이 작용한다는 것을 역대 선거에서도 보여주었다. 논란이 논란을 낳고 있지만, 논란에 그치지 않도록 새 시대를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논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 속에서 국정 운영에 더 적합한 방식을 찾아내고 효율적으로 역할과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조직화해야 한다.

국민은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에 설득당하지 않는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진영의 싸움을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여야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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