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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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7.0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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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명 비밀투표제 악용(?)
이 재 경부장(천안)

1. 지난해 2월 동아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한 최연희 국회의원(무소속, 동해-삼척)이 지난달 법원 항소심에서 사실상의 무죄선고인 선고유예판결을 받았다. 의원직 유지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그의 자숙기간(자숙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중 행보를 보면 그는 이미 면죄부를 예상한 것 같다.

그는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표의 그의 지역구 방문때 동해시의 한 식당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표로부터 (과거 노고에 대해)'고맙다'는 인사까지 공개적으로 받았다. 홈피도 새 단장해 지역 유권자를 위한 배려까지 잊지않고 있다. 웬일인지 한나라당도 그의 출당으로 인한 사고 지역구를 여전히 위원장 공석인 상태에서 방치하고 있어 그의 복당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추태'를 저지른 직후 그는 의원직 사퇴를 결심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TV에 비친 그의 모습이 그랬고, 당 원내대표가 그의 사퇴를 압박하는 등 그의 사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왜 지금까지 모질게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있을까. 이미 무용지물이 돼버린 그의 의원직 사퇴결의안은 지난해 4월 국회표결로 통과됐다. 총 투표수 260표에 찬성 149, 반대 84, 기권 10, 무효 17표 등. 과반수를 간신히 넘는 57%의 턱걸이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다. 찬성표도 발의에 서명한 의원수보다 2표나 적게 나왔다.

여성계와 시민단체로부터 동료의원 감싸기라는 엄청난 반발을 부른 이 표결 결과는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됐다. 표결에 앞서 민노당 심상정 의원 등 60여명이 기명투표를 주장했으나 다른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유는 단 하나, 인사에 대한 표결이기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결과에 흡족해 한 최 의원은 결국 사퇴 결의안을 무시했고 법원에서 면죄부까지 받아내며 의원직 유지에 성공했다.

2. 최근 천안시의회에 망신살이 뻗쳤다. 지난달 22일 시의회가 조사권 발동을 거부한 시립노인병원 등 천안시의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지난 주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시청 공무원과 병원 운영재단 관련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는 등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시의회가 제 일을 하지 않으려다 사법부가 손을 대게 한 꼴이다.

당시 열린우리당 전종한 의원은 동료의원 10명과 함께 시립노인병원 관련 시청의 특혜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국고보조금 지원사업 조사 특위 구성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표결결과는 찬성 9표, 반대 11표, 기권 1표로 특위구성이 무산됐다.

이때 표결방식도 지난해 최연희 의원 사퇴결의안 표결때처럼 무기명 비밀투표였다. 의원 몇이 기명투표를 주장했으나 무시됐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은 기명투표를 했으면 특위구성이 이뤄졌을 거란 얘기를 하고 있다. 집행부의 의원상대 로비설까지 흘러나오는 마당에 유권자들이 무서워서라도 절대 명분없는 반대는 하지않았을 거란 얘기다.

지난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산·진해 참여자치연대가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의안처리 과정에서 표결할 때 의원의 책임성 담보와 유권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기명투표에 찬성할 것이냐를 묻는 질문이었는데 후보자 24명 중 19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당시 찬성표를 던진 후보 중 7명이 의회에 입성했는데도 불구, 그 지역 의회에서 기명투표제는 거론조차 되지않고 있다.

충북에서도 지난해 5월 참여자치연대,청주부패방지네트워크 등이 지방의원들의 표결실명제 시행을 제안했으나 이에 동조했던 후보자들은 의회 입성후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알권리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들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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