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감, 조식, 금촉
지감, 조식, 금촉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1.07.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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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사람은 누구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빠른 시간 내에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운 상황 속으로 빠져들기를 바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문제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복잡하고 어렵게 꼬여가는 상황을 의미할 때 `갈수록 태산이다'는 말을 한다.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려고 하면 할수록 더 조여지고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거리면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숙이 물속으로 가라앉듯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문제가 더 복잡하게 얽히면서 `갈수록 태산'인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를 빨리 풀고자 하는 조급함과 쉽게 해결하고자 하는 과욕 때문에 문제를 풀고 해결하기 위해 행한 일들이 실제로는 문제를 엉키게 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약을 투여한다는 것이 독을 투여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은, 마음이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짐으로써 0점 조정이 깨진 가운데 목전의 상황을 오판한 뒤 그릇된 판단을 근거로 해결 방안을 성급히 강구(講究)하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하는 조급함에 따른 과욕과 두려움 등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갈수록 태산'으로 치닫게 된다. 욕심에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 무리수는 상황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면서 분노를 일으키게 만들고, 그 분노의 불길은 점점 더 마음의 0점 조정을 깨트리면서 `갈수록 태산'의 상황을 낳게 된다.

과욕으로 인해 들뜨고 흐트러지고 탁해진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뛰어난 방법으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수행법인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을 꼽을 수 있다.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을 때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든 생각과 감정 등을 쉬는 지감(止感)이 긴요하다. 머릿속의 생각과 두려워하는 감정 등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강력하게 마음을 뒤흔든다면 깊고 고요한 호흡을 통해 들뜬 호흡과 들뜬 기(氣)를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조식(調息)이 필요하다.

그도 여의치 않을 정도로 마음이 심란하다면, 문제의 현장을 잠시 떠나는 금촉(禁觸)을 행하는 것이 요긴할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무조건 빨리빨리 문제를 풀려는 성급함과 과욕을 내려놓고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여유를 되찾아야 한다. 아르키메데스가 황금 왕관에 섞인 불순물을 가려낼 방법을 찾기 위한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목욕탕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순간, 무한 창조성의 순수의식을 회복하고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마음이 0점 조정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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