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예술이다
이거 예술이다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21.07.0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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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우리는 일상에서 어떠한 대상이, 보통의 무엇을 넘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이면 “예술이다~”라고 감탄합니다. 이것은 `예술'의 대상이 특정되어 있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클래식함이 아니어도, 다양한 가치의 완성에 대해 `예술 같다'라고 멋진 호칭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이른 봄이면 학교 정문 입구부터 중앙현관 앞뒤로 가로길이만 약 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화분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장식됩니다. 키가 얕고 노란 꽃들이 훈련병 열병식 하듯 줄 맞춰 심어져 있는가 하면, 빨강, 파랑의 원색 꽃들이 서로 묘하게 혼합되어 말 그대로 미술이론의 병치혼합(두 가지 색상을 가까이 두면 마치 두 색상이 혼합되어 보이는 효과)의 예를 실감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화려한 꽃들은 대개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꽃들은 화려할수록 예쁨을 보여주는 기간이 짧고, 금방 시든 꽃은 또 자칫 흉물처럼 변해버립니다. 그러나 기막힌 건, 꽃이 시든 그 기간에 계절을 달리하는 새로운 꽃들이 앞다퉈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 시설 주무관님은 이런 꽃들의 시간 타이밍을 절대 놓치지 않습니다.

“교감선생님~ 이거는유~ 00라는 건데, 학교 정문 화분 있쥬? 거기 양쪽 화분에 심을꺼유~ 얘들은 딱 요때만 꽃을 보여줘유~, 그리고 이거는 유~ 000라는 꽃인데 진짜 구하기 어려워유~ 근데 거래처에서 그동안 사람 잘 봤는지 모종을 내어 주더라구유?~ 진짜 구하기 어려운 거유~~”충주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흠뻑 젖어 있는 주무관님은 연신 꽃 모종에 대한 특강을 하십니다. 꽃 모종을 심고 며칠 후면 학교 정문 입구부터 중앙현관 앞뒤로 정말 예술 같은 꽃들의 축제가 시작됩니다.

주무관님은 특별히 꽃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중요시 않지만, 어떤 꽃들을 어떤 곳에 놓아두어야 하는지 그리고 물주는 기간과 방법을 어떻게 해야 꽃을 오래 보게 되는지를 그동안의 경험과 노련한 감각으로 능숙하게 처리하십니다. 특히 가로길이 1미터인 커다란 화분에, 수십 개의 작은 화분들로 하나의 아름다운 꽃 덩어리를 창조해 내는 솜씨를 보면 “야~ 정말 예술이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내가 자못 궁금해하면 주무관님은 재밌는 꽃 이야기와 함께 학교를 한 바퀴 돌며 계절과 햇빛 그리고 바람의 흐름까지 양념으로 담아내며 그야말로 예술 활동을 하십니다.

예술 활동이 뭐 특별할 게 있을까요? 자신이 하는 일에 진심으로 멋짐을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연출할 때, 감상자는 저절로 `예술이다~'라고 감탄하게 되는 거지요.

앞서 말했듯 예술이 꼭 클래식일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일 안에서 예술 같은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많은 시간의 노력과 경험, 그리고 열정이 동반된 완성도가 있어야 하겠지요.

주무관님은 아름다운 꽃들이 더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연신 물을 떠다 나릅니다.

`교감선생님유~ 이 꽃은 물을 많이 주면 금방 죽어유~, 얘는유~ 겉에 살짝 뿌려주듯 줘야해유~' 행여나 꽃들이 다칠까 조심조심 여러 번 그리고 정성을 다해 물을 적셔줍니다.

예술이 뭐 특별합니까? 또 예술가는 어디가 더 특별합니까? 우리 주무관님과 그가 정성으로 만들어내는 각종 꽃의 축제야말로 이거 예술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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