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잘버리기
쓰레기, 잘버리기
  • 조해정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 승인 2021.07.06 20:1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열린광장
조해정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조해정 청주시 산림관리과 주무관

 

올해 초까지 햇수로 20년을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빌라의 원룸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한 달째, 퇴근 후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다른 빌라 및 주택 곳곳을 돌아다니는 일이다. 남들은 도대체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고 사는가 어디에 버리는가. 26년 동안 살면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파트에 살 때에는 쓰레기는 그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서 맞는 종류 칸에 버리기만 하는 간편한 일이었다. 주에 3회 정도씩 아파트에 쓰레기 수거차량이 들어와서 종류별로 쓰레기를 가져가니 아파트에서 쓰레기 버리기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던 쓰레기 버리기가 지금은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따로 분리수거장이 없는 곳에서는 보통 종류별로 나누어서 도로 가에 배출하는 체계부터 우선 낯설었다.

독립을 처음 해본지라 이것저것 물품들을 사드리느라 택배 박스들이 엄청 생겼던 첫 주에는 송장과 같은 부착물을 하나하나 다 떼어 분리배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파트에 살더라도 했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직접 쓰레기를 버린 경우가 없어서 처음 해본 일이었다. 요새는 박스에 부착된 송장으로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일어나는 사고가 빈번하다기에 떼어서 잘게 찢어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두 번째 주부터 시작되었다. 할 줄 아는 음식이 하나도 없어서 독립하고도 본가에 가거나 바깥의 식당을 가서 밥을 먹고 들어갔었는데, 집에 물건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점차 구색을 갖추고 나니 친구들이 놀러 오기 시작했고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기도 힘들고, 먹을 만큼만 배달을 시키기도 힘들기에 음식물 쓰레기는 자연스레 발생하였다. 그런데 빌라에 음식물 수거용기가 없어서 크게 당황했다.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곧장 전화하여 방법을 하나하나 여쭤보니,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전용용기를 개인마다 구비하고 해당 배출량에 따른 납부필증을 용기 손잡이에 붙여 배출하는 방식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러한 번거로움에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다짐을 하였지만 불가능했다. 독립 한 달째에 `나 하나만 지키면 뭐 하나'라는 생각보다 `나부터 지키고 나라도 지키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지켜나가고 있다.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 독립 초보들이 같이 힘을 합쳐 쓰레기 안 만들기보다는 잘 버리기를 실천하면 좋을 것 같다.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달 음식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들고 포장하는 습관을 들이고, 음식을 먹을 만큼만 만들고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경우에는 최대한 건조해 배출량을 줄이고, 옥수수 전분 등 생분해성 수지를 이용하여 만든 봉투를 사용하여 비닐봉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등의 방법들이 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인 방법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 맞지만 쓰레기를 당장에 만들지 않는 방법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쓰레기 `안' 버리기가 아닌 `잘' 버리기를 실천하며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일회용품 대란의 시대에서 쓰레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수진 2021-10-11 23:06:05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