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빛나는 `라떼'
당신의 빛나는 `라떼'
  •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1.07.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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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라떼'가 식기도 전에 `라떼'가 나올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흔히들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면 옛날 사람 취급을 하는데 도대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너는 옛날 사람이고 나는 지금 사람이 되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에 점점 더 가속이 붙는다는 것이다.

한번은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좋아했던 가수 얘기가 나왔다. 나는 신이 나서 한때 너무나도 사랑했던 조성모 이야기를 꺼냈는데, 잠자코 듣고 있던 한 지인이 물었다. “조성모가 누구야?” 순간의 정적이 모두의 당혹스러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떤 말이든지 꺼내는 순간`라떼'를 찾는 옛날 사람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옛날 사람이 맞다. 층층이 쌓여 있는 윗세대에서 보면 나 역시 햇병아리일 뿐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화제의 드라마도 안보고, 유행하는 노래도 듣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은 그 무대를 넓혀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좁고 깊숙한 곳을 향하고 있다. 코요테의 `순정'은 전주만 들어도 흥얼거리지만 `오마이걸'의 신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도 누구의 노래인지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아직도 책방에 가서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어떤 신간이 나왔나, 요새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책은 무엇인가 궁금해하며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며 책을 고르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구입한 책을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는 시간에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이들이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다. 책방에 가는 것도, 종이책을 읽는 것도 `라떼'가 되는 것만 같아 기분이 묘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라떼는 반짝반짝하다. 언젠가 한 엄마가 쓴 육아일기를 읽었는데 자신의 아이가 악어떼라는 노래로 유치원에서 장기자랑 대회를 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어렸을 때 같은 노래로 유치원 노래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자신의 아이가 같은 노래로 나간다고 하니 신기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그렇다. 나의 어릴 때에는 카세트테이프에서 나왔던 동요가 지금은 비록 뽀로로, 콩순이와 같은 캐릭터들이 율동 하며 시대에 맞추어 조금은 리메이크된 버전으로 나오고 있지만, 우리의 라떼 동요는 여전히 지금의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그들의 미래에 아름다운 배경음악이 되어주고 있다.

그래서 나의 `라떼', 우리의 `라떼'를 조금 더 나아가 나의 엄마세대 `라떼'까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들어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보고자 한다. 물론 누군가 `라떼'를 무기 삼아 나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거나, 지금 세대가 정당하게 누리는 복지와 혜택을 비하한다면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와 같은 옛말을 충실히 따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라떼는 말이야, 핸드폰이 어디있어,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삐삐치고 연락 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하고 빛나던 당신들의 청춘을 회상하거나 직장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직원분이 “라떼는 말이야, 육아휴직이라는게 어디있어, 출산휴가 3개월 하면 복직하는 거지”라고 말하며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을 부러워하면 “어우~옛날 사람, 진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를 왜 지금 하고 그래요”라고 날을 세우기보단 “그러게요. 세상이 참 좋아졌죠. 그래도 그 시절에는 그 시절만의 낭만이 있지 않았나요?”하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지금'이 `라떼'가 되는 건 결국 시간문제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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