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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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21.07.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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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용례 수필가
김용례 수필가

 

마당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백합꽃향이 진동을 한다.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니 못 본 채 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는 코로나백신주사를 맞고 기운이 없고 몸이 늘어져 마당에도 나갈 수가 없었다. 낮잠을 서너 시간 정신없이 자고 일어나도 몸이 무거웠다. 주사를 맞으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을 수없이 듣고도 내게 닥친 현실은 또 다른 느낌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세균감염, 면역력도 존재를 들어 내지 않으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백신주사를 맞았으니 코로나에 대한 항체가 내 몸에 생겼으리라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불편 하다 보니 우울한 일상이 이어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질병은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 된다는 말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 태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적 면역과 감염과 예방접종을 통해 얻는 후천적면으로 나눈다고한다. 우리는 후천적 면역을 얻기 위해 백신주사를 맞은 것이다. 면역력은 형체는 없고 이름만 있다. 형체도 없는 것이 사람들의 목숨 줄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육십 중반이면 세상일에 어느 정도 면역이 생길 법도하다. 이 나이까지 살면서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경험으로 굳이 배우지 않아도 알아지는 것이 많다. 탄생과 죽음, 봄과 여름을 살았고 저물어가는 가을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여기 까지 왔다. 그럼에도 무디어지지 않는 일이 있다면 아마도 자식일 게다. 두 아이가 서른 후반, 꽉 찬 청년이다. 내 걱정 없이도 살아 갈 나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밥벌이하느라 애쓰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릿하게 아프다. 좀처럼 항체가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연민, 사랑은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서 백신을 맞아도 면역 효과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외국에 나가서 일하는 아들은 집에 올 때마다 자가 격리를 해야 한다. 지금 네 번째 하는 자가 격리 중이다. 들어올 때마다 2주, 자가 격리 별것 아닌듯하지만 한 달 휴가 중 반은 외부와 단절 한 채 오로지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백신을 맞고서야 가족끼리 만날 수 있는 날이 왔으니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들에게 물었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백신이 있을까?” 아들이 “ 죽음 아닐까요?” 한다. “죽음? 마지막이니까? 그렇겠다. 슬픔이지. 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지.” 내 말이다. 면역이 중요하다는 말은 수없이 듣고 보고 했지만 걱정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요즈음사람들은 면역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좋다는 음식, 운동도 수없이 나와 있다. 건강하게 살려는 노력이 가상하기도하다.

이 만큼 세상을 살아보니 내게 다가오는 불행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면역체는 없지 싶다. 다만 강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척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야 호시탐탐 처 들어오는 병균으로 부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 시대에 사는 우리는 하루하루 건강을 지키며 사는 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 다 같이 싱그러운 이 계절을 마음껏 즐기며 살았던 날로 돌아가고 싶다. 아들도 이번이 마지막 자가 격리였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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